[취재여록] 방치되는 ELW 투자자
주식워런트증권(ELW)과 상장지수펀드(ETF).같은 'E자' 돌림에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금융상품이라는 점도 똑같다. 이들 'E형제'의 명암은 최근 1년 사이 극명히 엇갈렸다. ETF는 시가총액 10조원을 돌파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반면 ELW는 검찰 기소와 금융당국 규제라는 직격탄을 맞으며 위상이 급속히 추락했다.

위축된 시장 분위기는 투자자 교육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지난해 한국거래소 주최로 6차례 진행했던 ELW 투자자 교육은 올 들어 한 차례도 열리지 못했다. 두 차례 증권사 지원강의를 나선 것이 전부다. 거래소는 "직접 나서서 ELW 투자자를 교육하기보다는 업계 교육을 간접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거래소가 올해 전국을 돌며 ETF 투자자 교육을 8차례 열었던 것과 비교하면 궁색한 변명에 불과하다.

거래소는 이달 두 차례 ELW 투자자 교육을 지원할 예정이었지만 결국 미뤘다. 교육을 준비하던 증권회사들이 난색을 표시해서다. 증권사들은 금융당국이 ELW 시장 건전화 방안을 다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부담을 느끼고 있다. 법원의 ELW 재판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올초 ELW 교육을 기획하자 일부 당국자들이 '시장을 다시 키우자는 것이냐'고 따지기도 했다"며 "투자자와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어려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홍콩에서는 일반 투자자를 대상으로 대규모 ELW 교육이 수시로 열린다. 투자 전략과 유망상품 추천까지,내용도 다양하다. 언뜻 '시장 과열'을 우려할 만하지만,투자자들의 마인드는 오히려 '건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 외국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투자자들은 높은 레버리지를 선호하는 데다 매매 빈도도 훨씬 높다"며 "꾸준한 교육을 통해 효과적이고 건전한 ELW투자 문화를 갖춰야만 ELW 시장을 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은 ELW 시장이 과열됐다는 시각을 버리지 않고 있다. 스캘퍼(초단타 거래자)에 대한 편의 제공 등 업계 스스로 시장의 신뢰를 잃은 게 주된 요인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하지만 ELW 시장의 진입장벽을 높이고 업계를 압박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미운 털이 박혔다고 투자자까지 방치해서는 곤란하기에 하는 얘기다.

김유미 증권부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