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부터 단기채권 발행해 자금조달능력 개선

클라우스 레글링 유럽재정안정기금(EFSF) 총재는 11일 금융시장이 계속 동요하면 이탈리아 지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레글링 총재는 이날자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와 독일 쥐트도이체 차이퉁을 비롯한 유럽 신문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떤 나라가 와서 긴급하게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하면 우리는 도울 준비가 이미 돼 있다"며 이탈리아 지원에 대해 처음 거론했다.

EFSF의 지원 절차와 관련해 그는 이탈리아 정부가 우선 지원 요청서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 제출하고 유로그룹과 유럽중앙은행(ECB)이 승인하면 EFSF가 집행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EFSF는 기존 및 신규 채권을 시장에서 직접 매입하거나 신용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택할 수 있으나 어떤 경우에도 엄격한 조건이 붙을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이탈리아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시간 여유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면서 가능한 빨리 정부의 기능이 회복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FSF의 위기진화 능력 확대와 관련해 레글링 총재는 "지난 열흘 사이 벌어진 정치적 동요와 시장의 혼란이 레버리지를 활용해 EFSF 지원 능력을 높이는 일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난달 26일 EU 정상들이 합의한 EFSF 지원 능력 확대 방안은 EFSF가 시장에서 직접 위험국가의 국채를 매입하는 대신에 국채 매입 민간 투자자들의 손실을 20% 가량 지급 보증을 해주는 이른바 레버리지를 통해 진화 능력을 현재의 4-5배인 1조 유로로 늘리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최근 금융 시장이 더 불안해지면서 투자자들이 재정불량국 채권 투자를 피하고 있어 손실 보증에 필요한 재원이 늘어나 레버리지 효과가 4-5배가 아닌 3-4배로 줄어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1조 유로를 채우는 것은 "대단한 목표"라며 쉽지 않은 일임을 시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리스와 이탈리아의 정책이 제대로 자리를 잡으면 시장의 신뢰가 늘어나 이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EFSF의 총 자금은 4천400억 유로지만 이 가운데 이미 아일랜드, 포르투갈, 그리스 지원에 사용한 금액을 빼면 현재 남은 대출 가능 재원은 2천500억-3천억 유로라고 밝혔다.

하지만 12월부터는 EFSF가 3, 6, 12개월 만기의 단기 채권도 발행할 수 있어 이를 통해 손쉽게 수십억 유로 대의 자금을 신속하게 조달해 어려움에 처한 유로존 국가나 은행 자본의 확충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