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中企적합업종 중견기업 죽인다
대 · 중소기업 동반성장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들이 선정되고 있다. 적합업종제도 추진 배경은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선정해 대기업과의 합리적인 역할분담을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논의를 거듭하면서 초기 취지와 달리 중견기업도 대기업 기준에 포함시켜 중소기업의 이익만 보호하는 방향으로 변질되고 있다.

제도의 취지가 변질되면서 피해를 입는 중견기업이 늘어나고 있는데,업종전문화를 통해 이제 갓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샘표식품이 대표적인 사례다. 샘표간장은 주부들에게 친숙한 우리나라 대표 간장이다. 샘표식품은 지난 65년 동안 연구 · 개발(R&D) 투자로 제품경쟁력을 갖추고 업종전문화를 통해 장류 전문기업으로 성장해왔다. 이제 막 중소기업을 졸업하고 중견기업에 진입했다.

간장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사업 확장자제와 진입자제 조치를 받게 돼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제도는 중견기업뿐만 아니라 협력관계에 있는 중소기업에도 피해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적합업종으로 선정된 품목을 생산하는 중견기업들과의 거래가 축소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중소기업 혜택을 유지하고자 기업규모를 줄이는 사례는 중소기업의 한 병폐로 지적돼 왔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중소기업 유지를 위해 기업의 성장을 주저하게 하는 또 하나의 강력한 유혹이 될 것이 틀림없다. 10년,20년 후를 내다보며 회사 키우는 재미에 빠져야 할 기업을 중소기업에 안주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보호장벽에 둘러싸인 중소기업들이 국가 간 자유무역협정(FTA)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외국기업들과 경쟁에서 이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국내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에 대해 진입을 규제할 수는 있겠지만,해외기업까지 규제할 수는 없다. 그렇게 할 경우 무역분쟁을 유발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중소기업 적합업종 품목시장은 외국기업들에 넘겨주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지난 7월 취약한 한국산업의 허리를 튼튼히 하고자 중소기업과 대기업 사이에 새로이 '중견기업'이라는 개념을 법적으로 도입했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을 거쳐 글로벌 대기업으로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서였다. 이런 정부의 의지는 '월드 클래스 300' 프로젝트에 잘 나타나 있다. 세계적인 히든 챔피언이 될 글로벌 기업 300개사 육성을 중견기업을 통해 이루겠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이런 취지를 흐리고 있는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 제도는 막 중소기업을 벗어난 중견기업들에 장애물로 작용할 것이다.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함에 있어 중견기업을 대기업과 같은 위치에 포함시키는 것은 재고돼야 한다.

전현철 < 한국중견기업연합회 상근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