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ㆍ장근석ㆍ이민기…3色 연하남 매력에 빠져볼까
여인과 섹스하기 직전,콘돔을 사러 가지만 50원이 모자라 '대사'를 그르쳤던 백수 청년.여인의 제안으로 50원짜리 빈 병 수집에 나서면서 로맨스가 펼쳐진다. 백수 역은 요즘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송중기,상대역은 한예슬이 맡았다. 송중기는 한예슬의 마음을 얻기 위해 애교를 떤다.

지난 10일 개봉된 '티끌모아 로맨스'가 관객몰이에 나섰다. 같은 날 선보인 김하늘 · 장근석 주연의 '너는 펫',다음달 개봉되는 손예진 · 이민기의 '오싹한 연애' 모두 똑같은 연상연하 커플 얘기다. 송중기 장근석 이민기는 하나같이 귀여운 꽃미남들인데 관계의 주도권도 여자들에게 맡긴다. 이 같은 설정의 한국영화가 비슷한 시기에 경쟁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송중기ㆍ장근석ㆍ이민기…3色 연하남 매력에 빠져볼까
'너는 펫'은 연상녀의 완벽한 판타지다. 연하의 꽃미남을 애완동물 같은 남자친구로 삼는다는 내용의 일본 만화가 원작이다. 격식을 차린 연애를 불편해하는 커리어우먼 '은이'에게 잘 생긴 연하남이 나타나 말을 잘 듣겠다고 자청한다. 주인님 전화는 꼭 받기,피곤해서 돌아오면 반갑게 맞이하기 등.장근석은 누나 팬들을 겨냥해 노래하고 춤추며 재롱을 떤다. 마지막 진한 키스신은 누나 팬들을 향한 보너스다.
송중기ㆍ장근석ㆍ이민기…3色 연하남 매력에 빠져볼까
'오싹한 연애'는 귀신을 보는 남다른 능력 때문에 연애하지 못하는 여자와 용기가 부족해 싱글로 지내는 남자가 펼치는 러브스토리.연애를 할 때마다 귀신이 나타났던 경험을 떠올리는 여인은 남자에게 "나를 만나려면 깡이 있어야 하고 보험도 들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민기는 귀엽고 어리바리한 면모로 인해 적역으로 평가됐다.

이처럼 연상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들이 몰린 이유는 주 관객층인 20대 후반과 30대 여성들이 바라는 설정이기 때문.이들은 경제력을 갖추면서 소비문화의 주체로 떠올랐다. '너는 펫'과 '티끌모아 로맨스'에서 여자는 남자보다 경제력 면에서 월등하다.

여성들은 이런 지위를 바탕으로 더 이상 남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긴장하지 않는다. 영화평론가 심영섭 씨는 "여자들이 예전에는 만화 주인공 캔디가 돼 '백마 탄 왕자'를 바랐지만 이제는 '여왕' 자리에 올라 마음껏 부릴 수 있는 신하나 하인을 원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연상연하 커플을 특이하다고 보지 않는 사회적 현상도 반영됐다. 지난달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미혼 남녀 직장인 345명을 상대로 결혼관을 조사한 결과 연상녀-연하남 커플의 결혼에 대해 '상관없다'는 반응이 역대 최고치인 65.8%에 달했다. 그렇다 해도 연상연하 커플은 사회에서 여전히 '메이저'가 아니라 '마이너'부류다. 이에 대해 한 투자사 관계자는 "현실에서 그렇지 못한 여성들에게는 대리만족을 얻게 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30대 주연급 여자들은 많지만 남자들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영화계 현실도 작용했다. 남자 톱스타들은 20대 후반에 입대한다. 30대 초반의 공유와 원빈,30대 후반이나 40대 초반의 장동건 정우성 이병헌 배용준 등 톱스타들은 연기에 대한 욕심으로 로맨틱 코미디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작품성이 있거나 흥행성이 강한 액션이나 드라마 장르를 선호한다. '한국의 휴 그랜트'보다 '제2의 송강호'가 되길 지향하는 것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