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선 '포보스-그룬트'..자체 엔진 켜지지 않아
우주청장 "탐사선과 교신은 유지..궤도 진입 재시도 할 것"

러시아가 9일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쏘아 올린 화성 위성 탐사선 '포보스-그룬트' 호가 정상 비행궤도 진입에 실패했다고 리아노보스티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블라디미르 포포프킨 러시아 연방 우주청장은 "자체 엔진 장치가 작동하지 않아 탐사선이 (화성으로가는) 비행 궤도에 진입하지 못했다"며 "현재 탐사선은 지구 궤도에 머물고 있다"고 밝혔다.

로켓 운반체와 탐사선 분리는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나 이후 정상 비행 궤도 진입을 위해 작동해야 하는 탐사선의 자체 엔진장치가 켜지지 않았다는 설명이었다.

당초 이날 오전 0시 16분(현지시간) 로켓 운반체 '제니트-2SB'에 실려 발사된 포보스-그룬트는 로켓 과 분리된 뒤 저(低) 지구궤도를 돌면서 자체 비행엔진장치를 가동시켜 화성으로 가는 궤도에 진입할 예정이었다.

포포프킨 청장은 포보스-그룬트의 궤도 진입 실패 후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탐사선 엔진 장치가 두 번의 시도에도 모두 켜지지 않았다"며 "이는 탐사선이 태양에서 행성들 쪽으로 틀어야 할 방향을 제대로 잡지 못한 때문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포포프킨은 "현재 탐사선과의 교신은 유지되고 있다"며 "전문가들이 탐사선의 축전지 연료가 모두 방전되기 전까지 3일간의 시간 동안 새로운 비행 프로그램을 재가동하는 시도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상 궤도 진입 실패가 탐사선 발사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며 "비상상황이지만 아직 실무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아직 연료 탱크에 연료가 남아있으며 이는 비행 프로그램을 다시 가동시켜 (화성 비행 궤도로 들어가는) 시도를 해 볼 수 있음을 의미하는 좋은 징조"라고 덧붙였다.

전문가들은 포보스-그룬트가 정상궤도에 진입하지 못한 원인으로 방향 조정 장치나 센서 고장 혹은 이 장치를 작동시키는 프로그램 이상 등을 꼽고 있다.

장치나 센서 고장일 경우 지상에서 수리할 수 있는 방법이 없기 때문에 더 이상 비행이 불가능하게 된다.

이와 함께 궤도 진입에 실패한 포보스-그룬트 탐사선에 방사성 물질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져 우려를 키우고 있다.

우주-로켓 분야 관계자는 인테르팍스 통신에 감마선을 발생시키는 코발트-57 몇 그램이 탐사선에 실려 있다며 이 방사성 물질의 반감기는 약 9개월이라고 밝혔다.

코발트는 포보스 위성의 토양에서 철 성분을 분별해 내는 계기 작동에 필요한 것이라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 15년만의 화성 탐사 시도 = 포보스-그룬트 발사는 러시아가 15년 만에 다시 시도한 화성 탐사 실험이었다.

탐사선은 지구에서 3억 3천만 km 떨어진 포보스 위성까지 11개월을 날아가 포보스 위성의 토양을 채취한 뒤 지구로 귀환하는 임무를 맡았다.

전체 임무 수행 기간은 34개월로 책정됐다.

학계는 포보스 탐사를 통해 태양계의 역사와 화성의 생명체 존재 가능성 등에 대한 중요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

포보스-그룬트 제작에는 50억 루블(약 1천850억원)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지난 1996년에도 화성 탐사기구 '마르스-96'를 발사했으나 기구를 정상궤도에 진입시키는데 실패한 바 있다.

기구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역할을 하는 가속블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결국 기구가 태평양 상에 추락하고 말았다.

한편 포보스-그룬트와 함께 제니트-2SB 로켓에 실려 발사된 중국 화성탐사선 잉훠 1호가 궤도 진입에 성공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고 있다.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cjyou@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