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수능+본고사로 진학…대학선택권 없어
학생 10명 중 3명 과외…입시부정도 비일비재

2012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10일)을 앞두고 `수능모드'에 돌입한 남한처럼 북한 수험생들에게도 이 무렵은 대입시즌이다.

중학교 졸업학년인 6학년 학생들은 이 즈음 남한의 수능과 비슷한 대입 예비시험을 보게 되며 또 본고사격인 대학별 본시험도 준비해야 한다.

대입경쟁률은 최상위권 대학의 경우 30대 1이 넘을 정도로 치열하다.

학과별로는 외국어학과, IT계열의 인기가 급상승하는 추세다.

남한처럼 교육열도 상당해 부유층은 자녀들에게 이른바 고액과외를 시키는가 하면 부정입학 사례도 공공연히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평화문제연구소는 최근 각계 북한전문가 10여 명의 도움을 받아 7일 내놓은 `꼭 알아야 할 통일·북한 110가지'를 통해 이 같은 북한의 대입제도와 교육열 등을 이례적으로 상세히 소개했다.

◇전형방법 유사…대학선택권은 없어 = 이 책에 따르면 북한의 대입제도는 과거 추천방식이었는데 1991년부터 부정입학을 막기 위해 남한의 수능과 유사한 `대학추천을 위한 예비시험' 제도를 도입했다.

시(구역)·군의 교육성이 주관하는 예비시험은 보통 10∼11월 시행되며 중학교 졸업생 전원이 참가한다.

시험과목은 혁명역사·국어·수학·영어·화학·물리다.

응시생 중 20%만 예비시험을 통과해 다음해 2월 대학별 본시험을 치른다.

수험생은 자신이 속한 도내 대학에 진학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만, 공부를 잘해 평양 소재 대학에 응시하는 경우 여행증을 끊어 평양에 며칠씩 묵으며 시험을 보는 수험생도 있다.

중학교 졸업 후 바로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전체적으로 10% 정도이며 이들은 `직통생'으로 불린다.

대학에 못 가는 남학생은 졸업 후 군대에 가고 여학생은 직장에 배치된다.

그러나 일정 기간이 지나면 다시 대입시험을 볼 수 있다.

전반적으로 볼 때 내신성적, 예비시험, 대학별고사 등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것은 남한과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응시대학은 예비시험 성적과 희망대학을 고려해 교육당국이 결정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

◇외국어·IT 인기…사교육도 `들썩' = 북한에서 가장 인기있는 대학은 인문·사회과학 분야에서는 김일성종합대학, 자연과학은 평양이과대학이다.

공과는 김책공업종합대학, 어학은 평양외국어대학이다.

이들 대학은 경쟁률도 매우 높아 김일성종합대학의 경우 30대 1을 넘는다.

계열별로는 외국어, IT, 무역관련 학과 합격선이 가장 높다.

북한은 전면 무상교육을 주장하는 사회주의국가이지만 최근 들어서는 사교육이 점차 공교육을 대체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계기로 교과서, 학용품 등 필요한 교육물자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자 학교당국이 공교육비 부담을 학부모에게 전가하는 현상이 심화됐기 때문이다.

부유층을 중심으로 과외형태의 사교육도 성행하고 있다.

대도시에서 개인지도를 받는 학생이 20∼30%에 이르며, 북한의 상당수 교원이 사교육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교육 비용은 월 5천∼1만원(쌀 10∼15㎏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으로 매우 높은 수준을 형성하고 있다고 한다.

◇입시부정도 끊이지 않아 = 예비시험 제도의 도입에도 권한남용, 학연·지연, 뇌물 등을 이용한 부정입학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부정입학은 주로 대학학장이나 간부들에 의한 입학정원 조정을 통해 이뤄지며, 교원 등이 청탁받은 학생의 부정행위를 눈감아주거나 합격시킨 뒤 시험답안을 수정하는 방법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 인권단체 ㈔좋은벗들이 북한에 있는 소식통을 인용해 발간하는 `오늘의 북한소식'에 따르면 대표적인 부정입학 사건은 2009년 2월 함경북도 청진 광산금속대학교 본고사에서 벌어졌다.

이 소식지는 "당시 교육당국은 부정입시를 예방하기 위해 수험생 50명마다 감독관 10명을 배정했지만 일부 교원이 돈을 받고 성적을 올려주는 일이 벌어졌다"며 "결국 교육성 간부들이 시험을 중지시켜 재시험이 치러졌다"고 전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jsl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