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銀 '기소 76명ㆍ비리 9조' 사상 최대
서민들이 피땀흘려 번 돈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미명하에 쌈짓돈처럼 펑펑 썼다가 수조원을 날린 부산 · 삼화 · 보해 3개 저축은행 비리수사가 일단락됐다.

대검찰청과 서울중앙지검,광주지검은 지난 3월부터 8개월 동안 이어진 부산저축은행그룹 등에 대한 수사 결과를 2일 발표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그룹을 수사하면서 3300여명을 조사하고 76명을 기소해 9조원대의 금융비리를 적발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단일사건으로는 사상최대 규모다. 하지만 로비스트의 입에 의존해 정 · 관계 로비의혹의 전모를 밝히는 데는 역부족이었다는 평가다.

◆저축은행 비리,부정부패의 종합판

2002년 상호신용금고에서 이름이 바뀌고 여신한도가 확대되는 등 공신력이 덧칠되면서 저축은행의 부실은 이미 예고됐다. 수사 결과 저축은행은 금고 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해 대주주와 경영진,금융감독당국과 정 · 관계 인사,브로커가 앞다퉈 나눠 가진 비리백화점이었다.

부산저축은행그룹 박연호 회장 등 대주주 5명과 임원 15명은 법상 대출한도를 회피하기 위해 '바지사장'을 내세워 100개가 넘는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박 회장 등은 SPC를 통해 납골당,아파트,선박,캄보디아 사업 등에 간여했고,이 과정에서 4조5900여억원을 불법 자기대출했고,1조2280억원을 부당대출했다. 박 회장 등은 금융위기를 맞은 이후에는 퇴출저지와 검사 완화를 위해 브로커를 통해 정 · 관계 로비에 주력했다. 청와대 김두우 전 홍보수석비서관,감사원의 은진수 전 감사위원,김광수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서갑원 전 국회의원 등이 각종 청탁과 함께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날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전 부인 명의로 보유한 아시아신탁 주식 4만주(4% · 시가 4억원)를 규정대로 매각하거나 백지신탁하지 않고 명의신탁 형태로 보유한 혐의(공직자윤리법 위반)로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은 그러나 아시아신탁이 지난해 6월 자금난을 겪던 부산저축은행에 90억원을 출자한 것과 관련,김 전 원장이 은행 측과 유착했거나 구명로비한 증거는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화저축은행의 3200여억원 불법대출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은 신삼길 회장 등 4명을 구속기소하고 감독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금감원 김장호 부원장보 등 21명을 불구속기소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이날 보해저축은행 비리 수사 결과 6000억원대의 금융비리를 적발했으며,오문철 행장과 박종한 전 행장,대주주인 보해양조 임건우 전 회장 등 38명을 기소(구속 21명)했다.

◆정 · 관계 로비의혹 상당수 미제로

검찰수사 과정에서 로비의혹이 불거진 상당수 인사들의 경우 혐의가 없어 기소대상에서 제외됐다. 홍상표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정선태 법제처장의 경우 검찰이 충분히 내사했지만 범죄 혐의를 발견하지 못했다. 다만 박원호 금감원 부원장에 대해선 "좀 더 살펴볼 부분이 있다"고 말해 여운을 남겼다. 검찰은 남은 의혹은 토마토 등 7개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수사 중인 저축은행 비리 합동수사단에 바통을 넘겼다.

김병일/이고운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