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일부 여야 의원들이 추진하고 있는 5000만원 이상 저축은행 예금 피해 보상법안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드는 반시장적인 발상인 데다 소급적용까지 하도록 돼 있어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일부에선 부산 출신 의원들이 법안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총선용 선심 법안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의원들도 반대 많아

"금융시스템 근간 흔들려…" 의원들도 반대
5000만원을 초과하는 예금을 최대 1000만원까지 보상하고,후순위채는 보상심의위원회가 별도로 보상액을 결정하도록 한 법안은 아직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최종 합의되지는 않았다. 법안소위를 통과해 정무위 본회의로 넘어가더라도 처리될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무위에서도 반대하는 의원들이 많기 때문이다.

김용태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 피해자들의 입장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선거가 끝나자마자 이런 식으로 예금자보호법을 훼손하는 것은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기호 의원도 "만약 이번에 한도를 올려줄 경우 같은 요구가 반복될 수 있어 모럴해저드를 불러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소위 위원인 임영호 자유선진당 의원은 "이런 논의가 있어 첫 회의 때부터 반대 입장을 분명히하고 불참해왔다"면서 "원칙에서 벗어난 피해자구제책에 동의할 수 없다"고 말했다.

예금 피해자를 보상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은행에 비과세 혜택을 주고 대신 일정액을 출연받는 방안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신협 새마을금고 등 비과세 혜택을 주고 있는 서민금융회사들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대주주가 있는 저축은행에 비과세 혜택을 줄 경우 새마을금고 신협 등의 서민금고가 타격을 받는 것은 물론 리스크를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금융시스템 붕괴될 것"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피해보상 법안이 사회 시스템의 근간을 흔드는 것은 물론 갖가지 부작용을 유발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국회에 전달해왔다. 정치적 이유로 원칙 없이 구제해 준다면 금융시스템이 붕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회의 시스템을 유지하려면 예측 가능성이 중요하다"며 "문제가 터질 때마다 보상한다면 국민 대다수가 지금의 금융시스템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도 피해보상 법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남주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고 한다면 예금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개별적인 법적 소송을 통해 정당하게 피해 구제를 받아야 할 것"이라며 "따로 법을 만들어 피해자를 구제해주는 것은 예금자보호법의 근간을 흔드는 일"이라고 말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저축은행이 고금리를 주는 것은 피해가 생길 수 있다는 리스크가 반영된 것"이라며 "예금 피해자들이 법적으로 허용이 안되는 구제를 요청하는 것도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류시훈/김형호/안대규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