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열기, 이번엔 뉴욕 달궜다
폭죽이 터지고 걸그룹 f(x)의 '라타차'가 울려퍼지자 공연장은 순식간에 환호성으로 가득찼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f(x)의 춤과 노래를 똑같이 따라했다.

한국 방송국의 가요프로그램 녹화장이 아니다. 마이클 잭슨,비욘세,레이디 가가 등 세계적인 팝스타들만 공연했던 뉴욕 메디슨 스퀘어 가든 아레나홀의 모습이다. 프로농구팀 뉴욕 닉스의 홈구장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23일 저녁(현지시간) f(x)와 동방신기,소녀시대,슈퍼주니어,샤이니,보아,강타 등 SM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이 완전히 '접수'했다.

지난해 6월 서울을 시작으로 LA 도쿄 상하이 파리 등을 돌며 전 세계에 K팝 붐을 일으켜온 SM타운 월드투어의 마지막 공연이다.

지난 6월 파리,8월 도쿄에서 확인한 K팝의 인기는 미국 팝문화의 심장인 뉴욕 맨해튼에서도 여지없이 입증됐다. 공연 두 시간 전부터 메디슨 스퀘어 가든 앞에는 소녀시대와 샤이니의 군무를 따라하는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뉴욕의 한 건축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 사만다 쿠바니는 "같은 회사에 근무하는 한국 친구 소개로 샤이니의 음악을 처음 접했는데 지금은 하루종일 샤이니의 히트곡 '루시퍼'를 흥얼거리고 다닌다"고 말했다. 그는 "입장료가 결코 싸지 않았지만 샤이니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 싶어 힘들게 표를 구했다"고 말했다.

이번 공연의 입장료는 60달러에서 250달러에 달했지만 판매 이틀 만에 1만5000석 중 90%가량이 팔려나갔고 2주 만에 매진됐다. SM 측은 입장료 수익이 150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보스턴에서 온 샌포드 윌헬미나는 "유튜브에서 소녀시대 뮤직비디오를 보고 K팝 스타일에 푹 빠져들었다"며 "오늘 소녀시대가 신곡 '더 보이즈(The Boys)'를 공연한다고 해 5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왔다"고 말했다. SM 측은 티켓 예매자들의 이름을 분석한 결과 70%가량이 비아시아인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류의 인기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대형 전광판을 활용한 SM엔터테인먼트의 공격적인 글로벌 마케팅 전략도 한류 확산에 기여하고 있다. SM은 지난 17일부터 LG전자의 후원을 받아 뉴욕 타임스스퀘어 대형 전광판에 보아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등의 뮤직비디오 하이라이트로 구성된 콘서트 홍보 영상을 상영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