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선거엔 ○○○ 없다
10 · 26 서울시장 보궐선거전은 과거와 확 달라졌다. 확성기와 어깨띠를 두른 대규모 운동원들이 보이지 않는다. 대형 차량도 사라졌다. 당을 나타내는 단체복이나 '한나라당''민주당'을 외치던 구호도 들리지 않는다.

나경원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18일 서울 잠실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열린 '범외식인 10만인 결의대회'에 참석했다. 이어 노원구의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고,보육시설 관계자 및 학부모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또 광진구의 사회적 기업 1호인 한 빵집을 찾았다.

이날 유세에 동원된 인원은 수행비서,공보특보 등 3~4명에 불과했다. 이들이 밴을 타고 이동해 서울 한나라당 당협사무실에 도착하면 지역구 의원 등과 만나 빌린 마티즈를 타고 유세에 나선다.

이종현 대변인은 "거리에 유세원들이 같은 옷을 입고 로고송을 틀거나 대규모 유세단이 함께 이동하지 않는 게 이번 선거전의 방침"이라며 "'찾아가는 유세'를 모토로 시민의 소리를 듣고 봉사활동을 통해 다가가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의 인기가 떨어진 탓에 당명을 외치지도 않고,한나라당 전통 색깔인 파란색 옷도 피하고 있다.

박원순 야권단일 후보도 마찬가지다. 무소속이기 때문에 단체복이나 당복 등은 물론 입지 않는다. 어깨띠도 없다. 한 사회적 기업이 만든 선거 유세용 앞치마와 스카프만 두르고,봉고와 비슷한 크기인 1t트럭을 통해 이동한다. 율동과 구호를 외치는 '유세꾼' 없이 스마트경청 유세단을 꾸렸다.

이들은 시민들의 질문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박 후보에게 전달하는데,이에 대한 답변이 바로 유세가 된다. 확성기 대신 조용히 앉아 토크쇼 형식으로 답변하는데,이를 박 후보 측은 동네를 다닌다는 '마실'로 부른다.

캠프 관계자는 "권위적인 시장들과 달리 박 후보의 몸을 낮춰 시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릴 수 있도록 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유세 차량인 1t트럭이 '카페 박원순'으로 불리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재오 · 김태호 한나라당 의원의 당선 사례를 반영해 시끄러운 유세 대신 조용한 나홀로 유세전이 선거 풍토로 자리잡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재후/구동회/허란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