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이 경쟁은 이제 큰 의미가 없습니다. 초고층 빌딩은 문화 · 환경과 융합한 방식으로 진화할 것입니다. "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만난 미국 건축업체 KPF(쿤 페더슨 폭스 어소시에이츠)의 윌리엄 페더슨 공동대표(사진)는 "초고층 빌딩은 환경과 문화를 반영해야 한다"며 이처럼 강조했다.

세계적인 건축가로 서울 서초동 삼성타운,역삼동 포스틸타워,대치동 동부금융센터 등을 설계해 한국에 이름을 알린 그는 '세계초고층도시건축학회(CTBUH) 2011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KPF는 페더슨 대표가 유진 쿤,쉘던 폭스와 1976년 공동 설립한 건축설계사무소로 미국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다. KPF는 중국 상하이 국제금융센터,미국 333웨커드라이브 등도 설계했다. 한국에선 서울 잠실동 롯데수퍼타워,용산국제업무지구의 랜드마크호텔 등 다수의 프로젝트를 맡고 있다.

페더슨 대표는 서울 성수동에 들어서는 '서울숲 글로벌비즈니스센터'를 책임지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사옥으로 짓고 있는 550m,110층짜리 초고층 빌딩이다. 연말에 착공할 예정이다.

그는 "글로벌비즈니스센터는 건축주인 현대차그룹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매우 의미있는 작업"이라며 "입지적으로 서울숲,한강과 인접해 있고 서울을 두 팔을 벌려 아우르는 형상을 하고 있어 많은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또 "과거와 현재를 잇고 현대차그룹과 시민들을 이어주는 커뮤니티 공간으로서 자리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이 빌딩은 아직 설계안이 공개된 적이 없다. 그는 "구체적인 디자인을 공개하기엔 이르다"며 "자동차 제조업이라는 특성을 고려해 빌딩의 디자인에도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부분에서 오차 없이 반복적으로 일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설계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덧붙였다.

페더슨 대표는 "세계 곳곳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있지만 한국에 지어지는 빌딩은 한국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며 "초고층 빌딩이 생명력을 갖기 위해선 문화를 담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