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에서 지면 해외로 망명하려고 했어요. "

법률사무소 김앤장의 윤병철 변호사(49 · 사진)는 최근 굵직한 국제중재 사건에서 연달아 이겼다. 그 중 하나가 지난 6일 국내 알루미늄 외장재 중견 업체인 신양금속을 대리해 국제 물품대금 분쟁에서 승소한 건이다. 신양금속은 '9 · 11 테러'로 무너진 미국 무역센터자리에 새로 건설되는 '프리덤타워'에 건물 벽을 장식할 알루미늄 외장재를 공급하고 있다.

이 회사는 다른 국내 수입업체로부터 알루미늄 원자재를 구매키로 하고 250억원을 지불했는데,이 수입업체가 마치 신양금속의 구매 담당 이사인 것처럼 속여 스위스 업체로부터 원자재를 공급받았다. 이후 알루미늄을 다른 곳에 팔아치우고 250억원도 빼돌려 달아난 것.스위스 업체는 "대금을 달라"며 신양금속을 2009년 런던국제중재법원(LCIA)에 제소했다. 신양금속은 물건도 못 받고 이중으로 500억원의 돈을 내야 할 처지에 놓였다. 1년 매출이 1300억여원 규모인 이 회사로서는 회사 운명이 위태로운 상황이었다. 사건을 맡은 김앤장은 2년여간의 법정 다툼 끝에 승소를 이끌어냈다. 중재법원은 스위스 업체가 "한국을 찾고도 신양금속을 방문하지 않는 등 거래상대방을 확인하기 위한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판정했다.

윤 변호사는 "의뢰 기업의 운명을 가를 수 있는 대형 사건이어서 부담이 컸다"며 "특히 영국과 스위스 로펌을 상대로 영국법을 근거로 다투느라 힘들었다"고 말했다. 윤 변호사와 정교화 변호사,리처드 매너드 미국 변호사 등으로 꾸려진 김앤장 국제중재팀은 런던에서 신양금속 사건을 진행하면서 싱가포르 법원에 해외 소송을 함께 제기,국제중재 승소에 필요한 증거자료를 받아냈다. 윤 변호사는 "김앤장의 네트워크로 전문성 높은 현지 변호사를 활용한 것도 주효했다"고 설명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