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30]서민금융을 지원하기 위해 3억원씩 갹출해 달라는 당국의 주문에 은행들이 일제히 난색을 보이고 있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사회적기업인 한국이지론㈜의 자본금을 30억원 확충하는 방안을 놓고 국민, 신한, 우리, 하나, 농협, SC제일 등 6개 시중은행을 포함한 16개 금융회사에 출자를 권유했다.

한국이지론은 0.2∼4.0%의 낮은 수수료로 `맞춤형 대출‘이나 `환승론(고금리를 저금리로 바꾸는 대출)’을 알선해주는 곳이다. 지난 2005년 NICE신용평가, 저축은행중앙회, 신협중앙회, 대부금융협회가 5천만원을 출자해 설립됐다.

금감원은 지난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서민금융 기반 활성화 대책‘에 맞춰 서민의 대출중개 수수료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융회사들이 한국이지론 주주로 참여하는 자본 확충을 추진했다. 금융회사별 출자 한도는 10%(3억원)로 책정됐다.

그러나 은행들이 출자가 곤란하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한 달 넘게 사업은 진척되지 못하고 있다. 9월 중 증자 참여 기관을 확정하겠다던 금감원의 내부 계획도 차질을 빚게 됐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취지에는 공감하나,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해 절차가 복잡하다‘는 이유로 서로 눈치를 보고 있다”며 “현재까지 출자하겠다고 답한 곳은 지방의 한 중소 저축은행뿐”이라고 밝혔다.

은행들은 “출자가 아니라 출연이라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출연의 경우 한국이지론의 지배구조에 문제가 생기는 데다 은행 내부적으로 배임 논란이 제기될 수 있어 불가능한 방식이다.

금감원은 올해 은행들이 사상 최대의 이익을 거둘 것으로 보이는 만큼 사회공헌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개별 은행을 다시 설득할 계획이다.

18개 국내 은행의 올해 순이익은 사상 최대였던 지난 2007년의 15조원을 뛰어넘는 2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금감원 집계결과, 최근 5년간 7대 시중은행은 10조원이 넘는 현금을 배당했다.

kom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