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끝난 전국체전 리듬체조 여자 일반부 경기에서 금메달을 놓친 신수지(20·세종대)가 채점결과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리듬체조는 (이제) 꼴도 보기 싫다"고 격앙된 감정을 드러냈다.

신수지는 11일 연합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누구나 나를 1위로 생각했을 것"이라며 "그런데 곤봉 종목이 끝나고 30여 분간 점수 발표가 지연된 뒤 1위가 후배인 김윤희(20·세종대)로 바뀌어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곤봉에서 내 점수와 윤희의 점수가 그렇게 차이가 날 수가 없다.

더군다나 윤희의 점수는 발표되지도 않았기에 리듬체조를 아는 사람이라면 조작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결승전이 끝난 뒤 심판들이 직접 손으로 기록한 채점표에서 오류가 발견돼 점수 집계 작업이 지연됐고, 최종 점수는 30여 분이나 늦게 전광판을 통해 발표돼 의혹을 키웠다.

신수지는 결국 김윤희(101.550점)에 0.325점 뒤진 합계 101.225점으로 2위에 올라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다.

대한체조협회는 이와 관련, 계산상의 단순 오류라고 밝혔으나 신수지는 일부 심판들의 점수 조작 의혹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

신수지는 "리듬체조를 직접 하지 않고 이론만 공부한 심판이 많아 점수 평가 때 선수와 심판 간의 괴리가 크다"면서 "특히 이번 전국체전의 주심 격인 심판들이 가장 큰 문제였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징계에서 풀린 지 얼마 되지 않은 심판이 두 명이나 나왔는데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었다"며 "소속사인 세마스포츠마케팅 및 체조협회와 상의해 심판 문제를 꼭 짚고 넘어가겠다"고 말했다.

신수지는 "심판들의 장난 때문에 나뿐만 아니라 후배들도 피해를 볼 수 있기 때문에 '언니'로서 이번 문제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손연재(17·세종고)에 앞서 한국 리듬체조를 세계에 알린 신수지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 동아시아 선수로는 유일하게 자력으로 출전한 간판선수다.

손연재와 더불어 리듬체조의 쌍두마차 시대를 열었으나 지난 1월 오른쪽 발목 인대를 수술하면서 올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했다.

신수지는 내년 1월 프레올림픽에서 런던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도전하고서 그 결과에 따라 은퇴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수지는 은퇴를 앞두고 참가한 마지막 국내 대회인 이번 전국체전에서 금메달로 화려하게 선수생활의 피날레를 장식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꿈을 이루지 못하게 되면서 기분이 크게 상했다.

분을 삭이지 못한 신수지는 자신의 미니홈피에 '더러운 X들아. 그딴 식으로 살지 마라. 이렇게 더럽게 굴어서 리듬체조가 발전을 못 하는 거다'라는 격한 글을 남겼고 누리꾼 사이에 큰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cany990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