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스포트라이트 증후군
심리학자 A H 매슬로의 욕구 5단계설(생리 · 안전 · 소속감 · 인정 · 자아 실현)을 들먹일 것도 없다. 누구나 등 따습고 배 부르면 인정받고 싶어한다. 주위의 사랑과 인정은 존재감을 드높일 뿐만 아니라 금전적 이익 내지 대접과 연결된다.

연예인은 특히 더하다. 연예인들 상당수가 퇴직금 콤플렉스에 시달린다는 말도 있다. 인기와 수입이 비례하는 만큼 퇴직금을 받는 직장인에게 부러움을 품고 있다는 것이다. 인기의 상징은 스포트라이트다. 스포트라이트는 자신의 존재요,스포트라이트가 사라진다는 건 존재가 사라진다는 신호나 다름없다.

부산영화제 개막식에서 지나친 노출 드레스로 논란을 빚은 배우 오인혜의 해명은 배우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얼마나 절실한 건지 전하고도 남는다. "처음이라 잘 모른데다 사진 한 장이라도 찍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스포트라이트에 전전긍긍하는 건 유명인도 마찬가지다. 인기란 거품같아 늘 조마조마하다는 이들이 많은 것만 봐도 그렇다.

[천자칼럼] 스포트라이트 증후군
톱스타의 경우 주연에서 조연으로 밀려나면서 자신을 향하던 불빛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때 실로 견디기 어렵다고 한다. 이른바 스포트라이트 증후군이다. 연예인만 그런 것도 아니다. 대중의 관심 속에 살던 정치인,갑 중의 갑으로 생활하던 고위공무원,승승장구하던 직장인 모두 물러나거나 뒤로 밀리면 극심한 상실감과 굴욕감을 느낀 나머지 우울증에 시달리고 그러다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연예인이나 고위직 출신들의 돌출 발언이나 행동도 실은 주목받고 싶은 심리 때문이란 분석도 있다.

스포트라이트가 꺼지는 일은 생각만 해도 두려울 게 틀림없다. 그러나 제아무리 잘나가던 이도 언젠간 무대에서 내려온다. 데뷔 20년차 가수 김건모가 KBS '승승장구'에 출연,자신의 인기가 전만 못하다는 걸 안다며 한때는 인기 있던 시절이 생각나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다행히 선배 가수 김수철로부터 "내려올 때 잘 내려와야 한다"는 조언을 들은 뒤 마음이 편해졌다고 고백했다.

스포트라이트가 비춘다고 너무 힘주지도,어둠 속으로 떨어졌다고 기죽지도 말 일이다. 환한 레드카펫 위를 걸어가자면 싫어도 좋은 척,힘들어도 안 힘든 척해야 한다. 모든 건 지나가고,어둠은 어둠대로 자유롭고 아늑한 구석도 지니게 마련일 테니.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