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가 얼마 남지 않은 50~60대는 마음이 급하다. 노후 생활이 눈앞의 일로 다가왔지만 수입의 대부분을 주택 구입과 자녀 교육비 등에 쓰느라 노후 대비는 꿈도 못 꾼 경우가 태반이다.

수익성과 안정성 중 어느 쪽에 초점을 두고 자금을 운용할지도 고민스럽다. 짧은 시간에 노후자금을 마련하려면 다소의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고수익을 낼 수 있는 상품에 투자해야 하지만 손실을 낼 경우 만회할 수 있는 시간이 많지 않다.

전문가들은 50대까지는 주식형 펀드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수익을 추구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은퇴 전에 자산을 최대한 늘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김종승 한국투자증권 WM사업본부장은 "평균수명이 80세를 넘어 앞으로는 60세에 은퇴하더라도 20여년을 더 살아야 한다"며 "50대에는 금융자산의 30% 이상은 공격적인 상품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수록 의료비 지출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보장성 보험 가입도 빼놓을 수 없는 준비 사항이다. 보장성 보험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더 늦기 전에 들어두는 것이 좋다.

60대의 자산 운용은 50대 때와는 달라져야 한다. 노후자금을 마련할 수 있는 시간이 더욱 짧아질 뿐만 아니라 본격적인 은퇴 후 생활이 시작되는 시기다. 비록 준비해 둔 자산이 많지 않더라도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은 30~40% 이내로 줄이고 보유한 자산을 지키는 일에 중점을 둬야 한다. 주식형 펀드는 주식 · 채권 혼합형으로 조금씩 바꾸고 줄어든 수입과 보유 자산의 수준에 맞춰 생활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은퇴 준비를 충분히 하지 못했거나 뒤늦게 은퇴 준비를 시작한 50~60대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금융상품으로는 월 지급식 펀드가 있다. 월 지급식 펀드는 목돈을 투자한 뒤 매달 일정한 금액을 연금처럼 받는 상품이다. 매달 일정한 금액을 투자해 목돈을 만드는 적립식 펀드와 반대 구조다. 최근 주가 하락으로 일부 월 지급식 펀드에서 원금 손실이 발생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주가 상승에 따라 안정적인 연금 수입을 기대할 수 있는 상품이다.

즉시연금보험도 단기간에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고자 하는 50~60대가 가입할 만한 상품이다. 즉시연금보험은 목돈을 한번에 불입한 뒤 그 다음달부터 매달 일정액을 받는 구조로 돼 있다. 길게는 10년 이상 납입해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일반 연금보험과 달리 가입 후 한 달 만에 연금이 나온다는 것이 특징이다. 원금 손실 위험이 있는 월 지급식 펀드와 달리 시중 공시이율에 따른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도 즉시연금보험의 장점이다.

배성진 현대증권 펀드리서치팀 연구위원은 "평균수명이 길어져 수익성과 안정성의 균형을 추구하면서 노후자금을 마련해야 한다"며 "은퇴 이후에도 장기 · 분산투자의 원칙을 지키면 위험을 줄이면서 충분한 수준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