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경 심포지엄서 해인사 성안 스님 밝혀..조선시대에도 '국보'로 인식

"세종 때 일본의 사신이 팔만대장경을 가져가기 위해 단식을 하는 등 죽을 각오를 하며 조정에 요구하는 등 일본에서도 대장경을 매우 귀중하게 여겼다."

28일 오후 창원컨벤션센터에서는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이 모인 가운데 '천년 고려대장경, 세계인과 소통하다'라는 주제로 국제심포지엄이 열렸다.

'팔만대장경의 해인사 봉안과 사원의 위상'을 주제로 발표하는 해인사 보존국장 성안스님은 일본이 고려말부터 조선초에 걸쳐 80차례 이상 팔만대장경판이나 인경본을 청구하는 등 대장경을 손에 넣기 위해 갖은 수단을 동원했다고 소개했다.

여기에다 '억불숭유' 정책을 고수한 조선사회에서도 15세기 중엽까지 '국보'나 귀중한 문화유산으로 인식하고 있었다고 성안스님은 밝혔다.

그는 또 팔만대장경이 해인사에 봉안된 시기가 지금까지 알려진 태조 7년(1398년)이 아니라 고려 충숙왕 5년(1318년)에서 공민왕 9년(1360년)을 전후한 시기라고 주장했다.

최광식 문화부 장관은 김찬 문화재청장이 대독한 '글로벌 대장경으로의 과제와 역할'이란 발표문에서 "한ㆍ중ㆍ일이 각각 디지털화한 대장경이 호환될 수 있도록 공동 작업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최 장관은 이어 '각국이 공동으로 연구할 수 있는 부분부터 개방해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연구를 확대할 것'과 '위키피디아와 같은 집단지성을 활용해 '트리피디아'를 미래 비전으로 제시, 대장경을 세계적인 문화와 예술로 승화시킬 것'을 제안했다.

트리피디아(Tripedia)는 대장경의 영역(英譯)인 트리피타카(Tripitaka)와 백과사전의 엔사이클로피디아 (Encyclopedia)를 합친 용어다.

미국 버클리대학 루이스 랭카스터 명예교수는 "고려대장경 판각은 신기술의 도입이라기 보다는 통치자의 왕권을 확립하기 위한 행위였다"며 "국가간 문화적 기술의 전수를 가져 왔다는 측면에서 더 큰 의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교토대학 크리스티앙 위턴교수는 "최근 동아시아 불교는 디지털화된 불전의 도입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고 역설하며 "고려대장경이 디지털 불전 총서의 종합적 가치를 향상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류정아 위원은 "대장경을 불교적 자원으로 한정하지 말고 활자매체로서의 가치 등을 종합적으로 부각시키고 대장경콘텐츠개발추진위원회(가칭)를 통해 미래지향적인 대장경 콘텐츠를 개발, 경남을 대표하는 문화콘텐츠로 재가공해야 한다"는 안을 내놓았다.

심포지엄은 제1세션과 제2세션, 특별세션으로 나뉘어 29일까지 계속된다.

(창원연합뉴스) 정학구 기자 b940512@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