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을 한달여 앞둔 안일보(32), 김예진(30) 씨는 30일 예물을 사기 위해 서울 소공동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본점의 샤넬 매장을 찾았다. 30여분 간 매장에 진열된 가방을 둘러보던 이 커플은 607만원짜리 '2.55 미디엄 사이즈'를 골랐다.

이들이 준비한 예물은 장식이 없는 커플링과 샤넬백. 이 커플은 일주일 전 금, 다이아몬드, 진주 세트를 구입하기 위해 귀금속 매장에 갔다. 하지만 금과 다이아몬드 세트가격이 예상보다 비싸 예물 품목을 바꾸기로 결정했다.

김예진 씨는 "귀금속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심플한 커플링만 사고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백을 받기로 했다"며 "귀금속 대신 명품가방을 하는 게 요즘 예물 트랜드"라고 말했다.

최근 김예진 씨처럼 명품백을 예물로 구입하는 예비 부부들이 늘어나고 있다. 올해 국내 귀금속 예물값이 국제 원자재 시세에 따라 급등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 한국금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금값은 지난 22일 3.75g당 26만4000원을 기록했다. 최근 국제 금 시세가 약세를 보이며 28일 24만5000원으로 1만9000원이나 떨어졌지만 금값은 올해들어 16.6% 올랐다.

현재 다이아몬드의 가격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0% 가량 뛰었다.

이날 롯데백화점 본점 명품관에는 여러 커플들이 샤넬, 루이비통, 팬디 등 명품매장을 둘러봤다. 몇몇 브랜드의 경우 두, 세 커플이 매장에 들어가기 위해 줄을 서기도 했다.

샤넬 매장 관계자는 "최근 젊은 커플들이 예물을 보기 위해 명품 매장을 찾는다"며 "600만원대의 스테디셀러 제품이 예물 인기 품목"이라고 밝혔다.

펜디 관계자 또한 "한달 평균 10여명이 예물을 사러 온다"며 "주로 200만~300만원짜리 가죽 소재 가방을 산다"고 말했다.

웨딩시즌을 맞아 지난 8월부터 이달 25일까지 롯데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14.0% 늘었다. 신세계백화점의 루이비통, 샤넬 등 패션명품 매출은 지난 8월 24.9%, 9월 33.1% 뛰었다.

반면 귀금속 매장은 상대적으로 한산했다. 다이아몬드 세트 가격이 오른 것을 보고 "1층에서 명품 매장을 둘러보고 오겠다"는 고객이 많아졌다는 게 다이아몬드 매장 매니저의 설명이다.

예물상담업체 황후의 이태민 실장은 "최근 예물로 심플한 커플링과 명품백을 하는 예비부부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젊은 커플들은 형식상 비싼 귀금속을 하기 보다 같은 가격으로 평소 갖고 싶었던 명품백을 산다"고 밝혔다.

이 실장은 이어 "명품백은 결혼 후에도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귀금속처럼 재테크를 할 수 있어 인기"라며 "많이 찾는 브랜드는 샤넬, 루이비통 등 인지도가 있는 명품"이라고 분석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ali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