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속보]토마토 제일 등 7개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정지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파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다수의 저축은행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때문에 영업정지라는 극한 처방이 내려진 데다 적잖은 개발 사업들이 저축은행으로부터 PF대출을 받고 있어서다.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

19일 건설 및 부동산업계에서는 이번 저축은행 영업정지 사태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저축은행 PF 사업장은 대부분 분양이나 착공 이전 단계여서 공사 중 건설사의 부도로 분양자들이 곤란을 겪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시행사들은 보통 개발사업 초기 브릿지론 형태로 저축은행으로부터 토지대금을 빌린다.이때 건설사가 지급보증 책임준공 채무인수 등에 대한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특히 건설사가 채무인수나 지급보증 같은 약정을 체결하면 건설사도 채무 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하지만 부동산 업계에서는 해당 저축은행들의 PF 대출에 건설사가 관련된 경우는 많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해당 저축은행들로부터 PF 대출을 받은 현장은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한 시행사 관계자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은 이미 예견된 일”이라며 “저축은행 PF 대출은 1년 만기로 진행되는데 2008년 글로벌 외환위기 이후 사실상 신규 PF가 중단됐다”고 설명했다.또 다른 시행사 관계자는 “저축은행이 부실 사업장을 감추기 위해 1년 추가 대출하고 3개월가량 이자를 파킹하는 편법도 사라질 것”이라며 “부실 사업장은 영업정지 여파로 사업이 중단되고 최악의 경우 공매에 부쳐질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했다.

◆큰 공매 장 열리나

부동산 공매 시장에서는 사업 여건이 개선된 물건이 대거 쏟아질 가능성이 커졌다.저축은행 PF 사업장의 대출 만기 연장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만기가 도래했는데도 대출금이 상환되지 않으면 1순위 담보권자인 저축은행이 공매 같은 매각 절차를 거쳐 자금을 회수할 공산이 크다.부동산 컨설팅업체인 팜앤파트너스 길연진 대표는 “그동안 입지 상품성 인허가 가격 등이 맞지 않아 개발 사업이 지연된 곳들이 적지 않았다”며 “저축은행발 공매 시장이 열리고 몇번의 유찰로 토지비가 낮아진 사업장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고 설명했다.하지만 시행사 중에 자금력을 갖춘 곳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때문에 유동성이 풍부한 중견 제조업체들이 ‘저렴한 개발사업’을 낙찰받아 주택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번 사태로 부동산 PF 시장에 다시 한 번 찬 바람이 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정해진 수순이지만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침체와 개발사업의 난립으로 금융권이 ‘대출 곳간’을 더욱 옥죌 수 있기 때문이다.한 건설사 관계자는 “저축은행들이 부동산 PF 부실로 영업정지를 받았기 때문에 당분간 시중은행을 비롯한 금융권이 부동산 개발 사업에 대해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할 것”이라며 “올해 PF 시장은 사실상 스톱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편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는 7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조치가 해당 저축은행 PF 채권 계약을 해지하는 사유는 아니라고 이날 밝혔다.지난 6월 저축은행 부실PF채권 1조9000억원어치를 인수한 캠코는 영업정지와 관계없이 사후정산 종료일까지 보유한 PF채권을 관리하고 회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영업정지 저축은행에 PF채권 매각 조치가 떨어지면 해당 사업장은 인수회사가 원할 경우 승계되고,그렇지 않으면 파산재단(법인)에 남게 되는데 캠코는 파산재단과 계약을 유지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