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립식펀드가 다시 인기다. 최근 꾸준히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7월 말 기준 적립식펀드 판매잔액은 전월보다 2810억원 늘어난 54조2528억원에 이르렀다. 적립식펀드 판매액은 지난 4월 52조6335억원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석 달 연속 순증했다. 자유 적립식은 2160억원,정액 적립식은 650억원씩 늘었다.

지난달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과 유럽 국가의 재정위기가 맞물리면서 증시가 요동치자 적립식펀드의 인기는 더욱 커지고 있다. 추가 하락이 염려되는 상황에서 거치식으로 펀드에 큰 돈을 넣기 부담돼 적립식 투자로 쏠리는 모양새다. 하루하루 널뛰기 장세 속에 투자자들은 적립식으로 시간을 분산해서 리스크를 줄이고 있다 할 수 있다.

사실 적립식 투자는 주식 투자의 위험을 보완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분할매수를 통해 꾸준한 투자를 가능케 한다. 투자자들은 2008년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경험적으로 이를 알고 있다. 목돈을 한꺼번에 넣으면 주가 하락시 큰 손실을 본다. 이에 반해 적립식 투자는 주가가 오를 때나 내릴 때나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실제 펀드 유형별 수익률을 보면 주가가 고점을 찍었던 2007년 10월부터 작년 10월까지 3년 동안 적립식펀드는 거치식펀드 대비 2배 이상 초과 수익률을 거뒀다.

적립식펀드는 주가하락에 따른 위험분산 효과가 크다. '평균 매입단가 인하효과(Cost Averaging Effect)' 때문이다. 적립식펀드의 대명사가 된 평균 매입단가 인하효과는 주가가 높을 때는 적은 주식을 매수하게 되고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은 주식을 매수하게 돼 매입단가가 평균화되는 것을 말한다. 주가가 하락해 손실이 나더라도 장기적으로 보면 싸게 사는 것이어서 오히려 기회인 셈이다.


적립식펀드는 일정 기간 일정 금액을 나눠 자금을 넣는 방식이다. 따라서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에 잘 들어맞는다. 현 장세가 상승장인지 하락장인지 판단할 필요가 없다. 물론 적립식펀드도 길게 봐서 주가가 올라야 성과가 난다. 당장의 주가 예측은 사실 전문가도 힘들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주가는 오른다고 보는 것이 맞다. 국가 경제가 성장할수록 주가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장기 성장이란 큰 그림속에 꾸준히 자금을 적립한다면 이기는 게임을 하는 셈이다.

다만 환매시점에서 평균 매입단가 아래로 주가가 떨어지면 낭패다. 따라서 투자기간이 길수록 주가가 하락할 때 환매하기보다는 상승할 때 환매하는 게 좋다.

적립식의 또 다른 장점은 목돈 없이도 투자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치솟는 전셋값,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아이가 커갈수록 부담도 커지는 교육비에 직장인들의 경우 여유자금이 많기 어렵다. 상당수 금융상품은 최저가입금액이 있어 접근조차 쉽지 않다. 하지만 적립식펀드는 매달 들어오는 월급 중 일부만 떼서 넣기만 하면 된다. 조금만 노력하면 가능한 일이다.

현재 증권사들은 여러 종류의 적립식펀드 상품 판매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다양한 투자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우리 프런티어뉴인덱스플러스알파펀드'는 코스피 인덱스 대비 초과수익을 추구하면서도 환매수수료가 없어 지금과 같은 단기 시장 등락에 부담 없이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 낮은 거래비용이란 특성 때문에 시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유리한 상품이다.

특히 안정적 포트폴리오 운용으로 주식 인덱스에 더한 초과수익률이 가능할 뿐 아니라 주식과 선물의 교체매매를 통한 차익거래 전략,기업 관련 이벤트를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이벤트 드리븐(event driven) 전략 등 다양한 초과수익 창출 전략을 써서 이익 극대화를 노린다. 이 펀드는 2002년 1월에 설정됐다. 국내 주식에 60% 이상을 넣고 채권에는 40% 이하를 투입한다. 장내 파생상품에 위험평가액은 10% 초과의 비중으로 운용한다.

향후 성장성을 고려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집중 투자하는 펀드도 있다. 미래에셋증권의 '미래에셋장기성장리서치증권투자'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리서치능력을 최대한 활용한다. 지속적으로 수익 창출이 가능한 성장 기업과 잠재력 및 보유자산 등을 고려한 본질가치 대비 저평가 기업을 발굴, 장기 고수익을 추구한다. 주요 투자대상은 성장산업군에 속하면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 중인 저평가된 기업이다. 중소형주의 비중이 높은 가치형 펀드나 대형주에 치중하는 성장형 펀드 등 기존의 틀에서 탈피해 장기 성장성과 시장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키는 중대형 종목에 주로 투자한다. 대외 변수에 따라 기업이익이 심하게 변동되는 종목군이나 단기 모멘텀이 있는 종목에는 투자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주식형펀드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은 변동성을 추구하는 상품이다.

한국주식시장의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가는 펀드도 눈길을 끈다. 삼성증권의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장기주식펀드'는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통해 기업가치를 향상시키고 결국 고객의 장기투자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상품이다. 국내 가치형 펀드의 운용전략이 저평가된 주식을 사서 보유하는(buy&hold) 소극적 형태인 데 반해 알리안츠 기업가치향상 펀드의 운용전략은 포트폴리오의 3분의 1 정도를 지배구조개선 대상기업에 투자한다. 투자 대상기업의 저평가 요인이 경영진에 있다고 보고 주주 권리를 적극 활용한다. 기업차기 향상을 기다리기보다 경영에 직 · 간접적으로 간여함으로써 가치를 스스로 만들어간다고 할 수 있다.

지배구조개선 대상은 분명한 가치할인 요소가 존재하고 있고 적극적인 주주활동이 이를 제거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곳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펀드 안에서 지배구조개선 전략의 비중은 최대 30%까지다.

김정환 우리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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