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임대료가 가장 비싼 반포 래미안퍼스티지의 전셋값은 최근 1~2주 사이 1000만~2000만원 정도 또 뛰었다. 전용면적 84㎡형은 8억원,59㎡형은 6억원대로 올라섰다. 전용 135㎡형은 12억원을 넘어섰다.

서울 반포동 H공인의 C대표는 "추석 이후 가을 이사 수요가 본격화하면 부르는 게 값이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방학기간 학군 수요 이후 잠시 주춤하던 전셋값이 다시 급등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4일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8월 서울 전셋값은 전달보다 0.52% 상승했다. 서울 전셋값 상승률이 0.5%를 웃돈 것은 지난 1월(0.63%) 이후 7개월 만이다.

이달 들어 수도권에서는 재건축 이주 수요가 몰리는 강동,동대문 지역과 강남권 세입자들이 옮겨가는 판교,분당,용인 지역의 전셋값 상승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고덕시영 2500가구의 재건축 이주를 앞둔 강동구에선 암사동 선사현대 99㎡형,고덕동 아남 115㎡형 등의 전셋값이 최근 1주일 사이 500만원 뛰어 2억2000만~2억4000만원에 거래된다. 동판교 지역의 경우 전용 84㎡형 전셋값이 지난달 3억5000만원대였으나 지금은 3억7000만원을 호가한다.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 수요가 매매로 전환하고 있다. 용인 죽전현대공인의 정희선 사장은 "전용 60㎡형의 매매가격과 전셋값 차이가 1억원도 안 된다"며 "일부 세입자들이 '2년 뒤 전셋값이 적어도 2000만원은 오를 것이란 점을 생각하면 지금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해 집을 사고 있다"고 전했다.

일선 중개업소들은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추석 이후에는 올초의 전세대란이 재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서울 대치동 오세유공인 김형찬 사장은 "추석 전에 누가 집을 보러 다니겠느냐"며 "추석 이후 대치동 등 주요 지역에서 전세대란이 또 한 차례 일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선덕 건설산업전략연구소장은 "집값 횡보와 세계적인 금융불안,가계대출 억제 등으로 매수를 포기하고 전세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신혼부부와 독립가구 등이 계속 늘고 있다"며 "외곽으로 밀려나거나 전세대출 부담이 늘어난 서민들의 삶도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