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기 침체에도 자동차는 '불티'
경기침체 속에서도 8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소형 자동차 인기가 판매 증가를 이끌었다.

1일(현지시간) 자동차 전문조사업체인 오토데이터에 따르면 8월 미국 자동차 판매는 121만대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7.5% 증가한 것이다. 제너럴모터스(GM) 등 미국 자동차 '빅3'는 두 자릿수 성장세를 기록했다.

기아자동차 판매량은 27% 늘었고 일본 업체 중에는 도요타와 혼다의 부진 속에 닛산만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미국 자동차 판매가 예상 밖에 호조를 보인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자동차 구매를 미뤄왔던 소비자들이 구매에 나섰기 때문이다.

높은 유가로 인한 소형차 인기와 낮은 금리 등 좋은 구매 조건도 판매 증가의 배경이 됐다.

◆크라이슬러 · 기아차 30% 안팎 성장

미국 빅3 중 크라이슬러가 가장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크라이슬러는 8월 13만대를 팔았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1% 증가한 것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으로 유명한 지프 판매가 58% 급증하며 판매량 증가를 이끌었다. GM도 판매가 18% 증가했으며 특히 쉐보레 크루즈 등 소형차가 많이 팔린 것으로 나타났다. 포드 자동차 판매도 11% 늘었다. 피에스타와 포커스 등 소형차와 준중형차 판매가 호조를 보인 덕분이다.

국내 업체 중에는 기아차가 27%의 판매 증가율을 기록했다. 8월 중 4만1188대를 팔아 연간 판매량이 사상 처음 30만대를 돌파했다.

현대차도 뉴엑센트와 싼타페 인기가 지속되며 9%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일본 업체 중에는 닛산만 돋보이는 실적을 보였다. 닛산 판매는 19% 증가했다. 반면 도요타와 혼다는 판매 대수가 각각 13%, 24% 감소했다. 일본 대지진 이후 생산 차질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 등 구매 조건 '매력'

소형차 인기와 함께 저금리 등 유리한 판매 조건도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이 2013년 중반까지 초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차 할부금융 금리도 낮아졌다.

미국 테네시주 녹스빌 소재 랜스커닝햄 포드의 제이슨 오언스 자동차 판매 매니저는 "금리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돈이 많지 않은 소비자들이 낮은 금리의 자동차 할부 프로그램을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에선 소비자들이 자동차를 살 때 일부 금액만 지급한 뒤 나머지는 은행 대출을 받아 갚아나가는 게 일반화돼 있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한풀 꺾여 휘발유 가격이 하락한 것도 판매량 증가의 배경이다. 5월 초 갤런당 4달러를 넘나들던 휘발유 가격은 현재 고점에서 10%가량 떨어졌다.

하반기 전망도 나쁘지 않다. 초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일본 자동차업체들의 생산이 정상화되면 전체 시장은 더 커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도요타 캠리 등 신차 출시도 자동차 시장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돈 존슨 GM 미국 판매부문 부사장은 "소비자들이 향후 경제전망에 대해 조심스러워하고 있지만 지갑을 꼭 닫고 있지는 않다"며 "올해 남은 기간 자동차 판매가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