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발전소에서 나오는 사용 후 핵연료 처리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방과 환경단체 반발에 밀려 논의를 미뤘던 정부가 2년 만에 공론화에 다시 나서면서 이 문제가 정권 말 첨예한 쟁점이 될 전망이다. 지역 이기주의에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따른 불안감까지 겹쳐 공론화 작업은 난항이 예상된다.

지식경제부는 2일 공론화 작업의 첫 단계로 한국원자력학회에 맡겼던 연구용역 보고서를 발표했다. 원자력학회는 보고서에서 저장방식 변경을 통해 울진 월성 고리 영광 등 4개 원전에 마련된 사용 후 핵연료의 저장시설 포화 시점을 당초 2016년에서 2024년으로 8년 늘릴 수 있을 것으로 분석했다.

사용 후 핵연료는 '원자로 연료로 사용한 물질' 또는 '원자핵 분열을 시킨 핵연료 물질'을 말한다. 한국은 작년 기준으로 4개 원전 부지에 1만1370t의 핵연료를 물속에 담아 임시 저장 중이다. 연간 사용 후 핵연료 발생량이 700t가량인 점을 감안하면 2016년 고리 원전부터 차례대로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될 것으로 예상됐다.

저장시설 포화 시점이 8년 미뤄지면서 급한 불은 꺼졌다. 하지만 기존 시설의 저장방식을 바꾸는 것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 가동 원전이 현재 21기에서 2017년 28기로 늘어나 사용 후 핵연료도 급증할 수밖에 없다. 원자력학회가 중 · 장기 대안으로 '중간 저장시설' 마련을 제안한 이유다.

지경부는 별도 부지를 선정해 중간 저장시설을 설치하는 방안과 원전 부지에 별도의 중간 저장시설을 짓는 방안을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

지경부는 이날 보고서 발표를 시작으로 시민단체 언론 지역주민 등이 참여하는 '사용 후 핵연료 정책포럼'을 구성,여론 수렴에 나설 방침이다.

하지만 내년 선거 정국을 앞두고 지역 표심을 의식한 정치인들이 대거 가세할 것으로 예상돼 경주 방폐장 선정 과정처럼 뚜렷한 대안 없이 장기간 표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