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85개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진단을 마무리짓고 감독관까지 파견했지만 저축은행들이 경영진단 기준에 문제가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은 금융감독원이 제시한 확인서에 아예 서명을 하지 않거나,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내용의 확인서를 제출하고 있다. 금감원 진단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원칙대로 경영진단을 했을 뿐 저축은행의 불만에 크게 신경쓰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저축은행과 금감원은 크게 네 부분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A저축은행은 금감원의 경영진단 검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견해차가 가장 큰 대목은 '대출모집인 수수료의 회계 처리'다. 대출모집인에게 주는 수수료를 대출 기간 동안 나눠서 반영해야지 대출 시점에 모두 비용 처리를 하는 것은 불합리하지 않느냐는 것이 저축은행들의 주장이다. 대출모집 수수료는 보통 대출금액의 7~8%로 1000억원을 대출했다면 70억~80억원 정도 영업이익이 깎이게 된다. 소액신용대출이 많은 저축은행은 200억원 이상 영업이익에 차이가 날 수 있어 법률 검토를 진행하고 있는 저축은행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저축은행은 개인회생채권에 쌓는 충당금의 비중이 과도하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개인회생채권은 대출금액의 50% 정도에서 거래되고 있는데 충당금이 2%인 요주의가 아니라 20%인 고정으로 분류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항변하고 있다. 이 저축은행 관계자는 "법원이 채권채무조정을 해줘서 채무상환 능력이 커진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야지 개인회생채권을 일률적으로 판단하라는 것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이 있는 일부 저축은행은 비업무용 부동산의 장부가와 감정가에서 차이가 발생할 때 무조건 감액손실로 보는 기준을 문제 삼았다. 부실 채권을 정리하면서 담보로 잡아 놓은 부동산을 다시 매입해 보유하게 된 이른바 '유입 부동산'의 가치를 안정적으로 봐달라는 얘기다.

부실 징후 기업에 대한 충당금도 논란이다. 금융당국은 대출을 받은 기업이 이자를 꼬박꼬박 내더라도 부실 징후가 있다면 돈을 더 많이 확보하라고 했다. C저축은행 관계자는 "부실 징후 기업에 추가 대출을 했을 때 최악의 경우 여신 분류 5단계 가운데 4단계인 회수 의문으로 하고 충당금을 쌓을 수도 있어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반발했다. 부실 징후 기업이라도 담보 범위 안에서 추가 대출을 해주면 위험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D저축은행 관계자는 "무조건 증자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몰아붙이면서 예전에는 문제 삼지 않다가 이제 와서 갑자기 원칙대로 하겠다고 압박하니 답답하다"며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우리 안과 금감원 안 등 확인서를 두 개 만들어 서명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영진단은 규정에 따라 적법하게 실시됐다"며 "저축은행들이 확인서에 서명을 하지 않더라도 적기 시정조치 등의 기준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