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서울시 교육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던 민주당 등 야권이 돌연 곽노현 감싸기로 표변했다. 야권과 전교조 등 진보좌파 단체들은 피의사실 공표 금지,무죄추정 등을 내세워 되레 검찰 수사를 비난하고 나섰다. 심지어 선거비용 35억원을 게워내야 한다면 모금해 줄 테니 끝까지 버티라는 주장까지 난무한다. 이에 고무된 곽 교육감은 막중한 책임감으로 교육감직을 계속 수행하겠다고 한다. 자신을 밀었던 진보좌파 진영에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는 자백이자 그를 뽑은 서울시민에 대한 모욕이 아닐 수 없다.

야권이 꼬리자르기에서 곽노현 구하기로 돌변한 것은 이른바 진보좌파가 코너에 몰렸을 때 늘 보여온 행태 그대로다. 실체적 진실은 덮어놓고 정치적 음모론을 제기해 핍박받는 양 행세하는 것이다. 하지만 곽 교육감이 박명기 후보에게 200만원도 아닌 2억원을 준 것은 스스로 고백한 사실이다. 그 돈이 대가성이 있는지,개인 자금인지 여부는 검찰이 가릴 일이다. 그런데 2억원을 줬다는 객관적 사실은 애써 외면하고 진보좌파의 아이콘인 곽 교육감이 주장하는 '선의'만 믿겠다는 식이다. 우파가 돈거래하면 부패이지만,좌파가 돈거래하면 선의라는 황당한 논리다. 무슨 짓을 했든 내편은 감싸고 보겠다는 조폭의 의리와 다를 게 없다.

곽 교육감이 공소시효를 알았는지에 대한 논란은 코미디다. 그럼에도 야권이 곽노현을 감싸는 것은 앞으로의 정치구도 때문이다. 계속 버텨 법정공방으로 가야 교육감 보선도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미뤄 지금의 역풍을 피해할 수 있다는 전략적 셈법이다. 강용석을 구한 여권이나,곽노현을 구하려는 야권이나 패거리 논리에 함몰되어 있는 것은 다를 게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