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게 빛나는 은빛 외벽은 반짝이는 모래사장을 보는 듯하다. 멀티파사드(다각형 · multi-facade) 모양의 외관은 빛의 방향과 바라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얼굴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하늘예배당까지 자연스럽게 발길이 이어진다. 연속 동선은 주변 도로 및 기존 시장과 어우러진다. 조각품처럼 보이는 건물은 지난해 5월 완공된 부산 해운대 '온누리교회'다.

교회가 종교시설을 뛰어넘어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외관을 예술품 처럼 독특한 디자인으로 꾸몄을 뿐만 아니라 내부는 갤러리 · 카페 등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온누리교회는 해운대라는 지역적 특성과 벽이라는 종교적 상징물을 중심으로 디자인했다. 외부는 해운대의 강렬한 햇빛을 형상화했고 내부는 돌벽 모양으로 '통곡의 벽'을 연상케 한다.

경기 김포 신곡리 '고촌감리교회'는 지역 커뮤니티시설로 자리잡았다. 건물 저층부에는 지역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갤러리 · 카페가 지어졌다. 다목적 로비는 이벤트와 만남의 장소로 활용된다. 상층부 대예배당은 예배기능 외에도 전문 오케스트라 공연이 가능토록 설계했다. 저층부의 문화 커뮤니티시설과 상층부의 예배공간을 연결하는 '골고다의 언덕길'은 내외부 공간과 소예배실 등 다양한 장소와 접해 있다.

서울 성수2동 성락교회는 3개의 다목적 마당이 있다. 지역 주민에게 개방한 전면 마당과 나무를 심어 그늘공간을 마련한 후면마당,교육동과 예배당 사이에 있는 하늘마당이다. 하늘마당은 땅과 하늘,사람을 연결한다는 종교적 의미와 함께 한강을 조망할 수 있어 지역 주민들의 쉼터 역할을 하고 있다. 예배당과 교육동의 지붕 역할을 하면서 내외부 공간과 유기적으로 연결, 사방으로 열려 있는 문의 이미지를 형상화했다.

성락교회를 설계한 정림건축의 임성필 건축가는 "종탑과 로마네스크형 지붕으로 대표되던 과거의 교회 건물이 변화하고 있다"며 "사람들이 교회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지역 주민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커지면서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