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은 정말 신나는 곡이에요. 야외 마당에서 하는 공연이니 모두 함께 춤을 춰도 좋아요. 마지막 곡은 베토벤 교향곡 9번인데,베토벤이 100만명을 끌어안았던 것처럼 '앱솔루트 클래식'의 취지에 너무도 맞는 곡이죠.100명의 단원들이 한 번도 연습 시간에 지각한 적 없고 모두가 자정까지 남아 연습해요. 이 과정이 축제예요. "

열한 살에 로스트로포비치 첼로 국제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으며 '천재 첼리스트'로 떠오른 장한나(30)가 마에스트라로 돌아왔다. 성남아트센터와 2009년부터 시작한 '장한나의 앱솔루트 클래식'을 통해서다. 성남아트센터가 오디션을 통해 선발한 30세 미만 연주자 80여명을 그가 1주일 이상 훈련시키고 지휘하는 관현악 축제.성남아트센터 콘서트홀과 중앙공원 야외공연장을 오가며 연주하고 해설도 곁들인다. 올해는 차이콥스키 콩쿠르 3위 수상에 빛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기타리스트 장대건 씨도 함께한다.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밤까지 단원들과 합숙 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그를 여주 마임비전빌리지에서 만났다.

"3년째를 맞으면서 첼리스트로서의 외로움이 사라졌다고 할까요. 오케스트라라는 귀한 가족이 생겼어요. 물론 매번 단원들을 웃으면서 대할 수는 없지만 항상 웃으려고 노력하는 게 지휘자의 역할인 것 같아요. 100명의 개개인이 앉아 있는데 지휘를 하다보면 1초에도 100가지 생각이 스칠 정도로 복잡하지만 모여서 연주하는 순간만큼은 음악만 생각하도록 돕지요. 일종의 도우미예요. 첼리스트일 때는 악기만 연주하면 되지만,지휘자로서는 사람들의 마음을 연주해야 해요. "

그는 2007년 처음으로 성남아트센터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음악에 대한 욕심'과 '음악가로서 나누고 싶은 욕심'이 작용했다. 이번 시즌에만 런던 필하모니 오케스트라,시애틀 심포니,리버풀 필하모닉,필라델피아 체임버 오케스트라,도쿄 심포니,독일 밤베르크 심포니 등을 지휘하고 있다.

2013년에는 첼로 스승인 미샤 마이스키를 협연자로 내세워 스페인 오비에도,세비야와 이탈리아 팔레르모에서 R.슈트라우스의 '돈키호테'를 지휘한다. 최근에는 30년 역사를 가진 독일 바이에른 청소년 오케스트라와 6개 도시 투어를 성공적으로 이끈 뒤 이 오케스트라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로 취임했다.

첼로는 올가을 파리와 동유럽 순회 연주,12월 한국 독주회를 연다. 내년 봄엔 런던 더블린 이탈리아 등 유럽 투어 리사이틀도 갖는다.

목소리가 갈라질 정도로 강행군을 하고 있지만 그는 오히려 "음악가의 삶은 단조롭다"고 말한다. 지휘 공부하고 밥 먹고,또 지휘 공부하고 첼로 연습 서너 시간 하고 나면 하루가 금방 간다는 것이다. 첼리스트와 지휘자로서의 삶을 함께 가져가는 그는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고 했다.

"첼리스트로서는 훌륭한 음악가가 되는 것,살아있는 연주를 하는 것이 꿈이었어요. 어떤 연주는 큰 감동을 주는 반면 사람을 잠재우는 연주도 있잖아요. 에너지 넘치는 연주를 하고 싶은 건 똑같은 마음이지만 지휘자로서는 '아낌없이 나누는 음악가'가 되고 싶어졌어요. 무대 위에서 제 손이 뭘 하고 있는지조차 잊는 그 경지를 후배 음악가들과 나눈다는 게 큰 의미죠."

그는 파야의 '삼각모자 모음곡 1,2번'과 로드리고의 '아랑후에즈 협주곡',아이브스의 '대답없는 질문',바버의 '현을 위한 아다지오',거슈인의 '파리의 미국인' 등을 택했다. 차이콥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 B플랫 단조'는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협연한다.

단원들 사이에서 그의 리더십은 '강한 카리스마'로 통한다. 이번 공연은 13일 오프닝 콘서트로 시작해 20일과 28일까지 이어진다. (031)783-8043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