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앞두고 곧 수확인데 상품성 있는 배들만 이렇게 모두 떨어져 버렸으니.."

8일 오전 제9호 태풍 '무이파'가 휩쓸고 간 전남 나주시 금천면 석전리 최문환(48)씨의 배 재배 과수원.

5천400㎡에 이르는 최씨의 과수원에는 배나무 280여그루마다 수확을 앞둔 배 200여개가 걸려 있었는데, 세찬 비바람과 강풍을 견디지 못하고 떨어져 바닥에 어지럽게 나뒹굴고 있었다.

봄에는 냉해, 여름에는 긴 장마 탓으로 수확 시기가 늦어진데다 생산량도 뚝 떨어진 형편에 그나마 '명절 대목'을 기대했던 최씨는 수확을 20일가량 앞두고 일어난 재난에 망연자실해했다.

30-40%가량의 낙과 피해를 예상하는 최씨는 10% 이상의 낙과 피해를 봤으니 보험금을 받을 수 있지 않겠느냐며 애써 위안을 삼고 있었다.

전국 배 생산량의 20%를 차지하는 나주 지역에서는 2천여 농가에서 2천800ha를 재배하고 있다.

이번 태풍으로 300㏊의 피해를 보고 배 12%가 낙과 피해를 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태풍이 몰고 온 강풍으로 전남 화순의 복숭아 재배 농가도 큰 피해를 보았다.

화순읍 도웅리1구 6천600㎡ 면적의 김태민(60)씨의 복숭아 과수원.
김씨는 피해 상황을 묻는 말에 이미 썩어버려 바닥에 나뒹구는 복숭아를 들어 보여줬다.

김씨는 나무 중앙에 쇠파이프 기둥을 설치하고 늘어뜨린 철선으로 복숭아나무의 가지를 묶어 강풍에 철저하게 대비했지만 태풍의 위력에는 소용없었다며 고개를 내저었다.

원래 7월이면 수확이 가능하지만 올해는 봄 냉해로 수확 시기가 늦어지면서 추석을 앞둔 8월 말께 수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수확을 20여일 앞두고 절반 이상의 복숭아가 떨어져 김씨를 허탈하게 만들었다.

냉해, 긴 장마 등으로 상품성을 잃은 복숭아가 태반이었는데 태풍으로 낙과 피해까지 겹쳐 '엎친 데 덮친 격'이 됐다.

김씨는 "괴팍한 날씨 때문에 갖은 고생을 한 끝에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수확만 기다리고 있는데 태풍까지 덮쳐 1년 농사를 망쳤다"고 한탄했다.

(나주·화순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