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채무 한도 증액 및 재정 적자 감축 협상으로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약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채무 한도 증액 시한인 다음 달 2일을 이틀 앞둔 31일(현지시각) 현재 협상의 막판 타결 가능성이 커지고 있지만, 타결 내용은 애초 오바마 대통령이 의도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채무 협상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나든, 오바마 대통령이 예산 정책에 관한 한 하원 공화당의 압력에 밀려 우측으로 움직였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이 때문에 내년 대통령 선거를 앞둔 민주당의 내부 균열이 심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당파 유권자들의 영향력에 호소했던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일부 의제에 대해 진보 진영 및 민주당과의 관계를 끊을 수도 있다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는 움직임을 보였고 공화당과 비슷한 말을 하거나 공화당의 정책을 수용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미 아프가니스탄 정책, 관타나모 수용소 폐쇄ㆍ세금 감면 중단ㆍ정부 운영 의료 보험 시스템 정비 등의 실패에 실망감을 느끼는 민주당 유권자들로부터 멀어지는 위험에 처해 있다.

여기에 더해 교착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다, 이번 주말 들어 타결 기대감이 높아진 채무 관련 협상마저 공화당이 주장하는 쪽으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커져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채무 협상과 관련, 이전 부시 정권에서 마련된 부유층과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을 중단하고 이들에 대한 세금을 늘리는 한편 사회 복지 프로그램 지출은 가능한 한 적게 줄인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협상 상황을 보면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성 지출 삭감 규모는 커졌고 세금감면과 기업ㆍ부유층에 대한 증세는 불가능해졌다.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는 부채 한도 증액을 위해 공화당 요구보다 더 많은 재정 적자 감축을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실업, 경기 둔화에 시달리는 미국의 경기 부양을 위한 지출 감소를 의미해 경제 문제 때문에 재선을 위협받는 오바마 대통령을 더 어렵게 할 수도 있다.

`미국의 미래를 위한 캠페인'의 공동 의장 로버트 보로사지는 "진보적 운동 단체들이 우익 세력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오바마를 지지할 것"이라며 오바마 대통령의 지지 기반에 당장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는 "젊은 층, 미혼 여성, 흑인, 라틴계 등 민주당 지지기반이 현재의 경제상황에 실망하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이 일자리를 더 만들고 하원 공화당에 대처하지 않는다면 오바마 대통령을 위한 진보적 운동 단체들의 득표 활동은 급격하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