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안젤리나 졸리' 또는 '한국의 시고니 위버'란 호칭에 잘 어울리는 배우는 하지원(33)이다. 영화 '1번가의 기적'에서 챔피언을 향해 분투하는 복서,'다모'와 '형사'에서 장검을 유려하게 휘두르는 검객,드라마 '시크릿가든'에서 재벌의 영혼을 사로잡은 스턴트 우먼까지 여린 감정보다는 몸으로 강인한 여성상을 각인시켰다.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영화 '7광구'에서는 바다 위 시추선에서 괴물과 싸우는 여전사로 등장해 액션 배우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130억원을 투입한 첫 국산 3D액션영화인 '7광구'에는 안성기 오지호 송새벽 차예련 등이 함께 출연한다. 27일 서울 광화문 근처 한 호텔에서 그를 만났다.

"저는 전생에 두 가지 중 하나였을 거예요. 첫째는 무사예요. 칼을 차고 숲으로 달리는 연기를 할 때 기분이 정말 좋고 즐거우니까요. 둘째는 독수리예요. 날아다니는 꿈을 많이 꾸거든요. 몸을 많이 쓰는 캐릭터에서 감동과 진정성이 느껴져요. 재미있고 신나게 해볼 수 있을 것 같아 출연하게 되죠.이번처럼 총을 쏘는 여전사 역은 꼭 해보고 싶었어요. "

그가 맡은 배역은 석유 시추선의 장비 관리사 차해준."석유에 밥 말아 먹을 X"란 대사처럼 사랑보다 석유를 우선시하는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총과 도끼,쇠몽둥이 등으로 괴물과 사투한다.

"남자들 틈에서 괴생명체와 싸우는 캐릭터인 만큼 강한 힘이 느껴져야 했어요. 근육을 만들려고 식단을 조절하고 체력 훈련을 많이 했어요. 염분을 줄이는 방식보다는 고기와 과일을 많이 먹었어요. 건강하고 탄탄해 보여야 했으니까요. 몸무게가 3㎏ 정도 늘더군요. "

극중 차해준은 거침없고 승부욕이 강하다. 짧은 말투와 절도 있는 행동에서는 에너지가 분출된다. 서 있는 자세에서조차 두 손을 양쪽 허리춤에 올려놓는,영락없는 남자다. 원래 '몸짱'인 오지호는 하지원의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려고 근육을 줄였다.

"강인한 여성 이미지를 얻기 위해 스킨스쿠버를 배웠어요. 국내 수영장에서 기초과정을 배우고 사이판에서 실습했죠.바닷속에는 정말 다른 세상이 있더군요. 마치 우주공간에 떠 있거나 바다에 기댄 듯했어요. 엄마 뱃속의 태아처럼 웅크리면 정말 편안해져요. "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면허증도 취득했다. 그는 극중 시추선 위에서 괴물의 추격을 받으며 오토바이를 탄 채 전력 질주한다.

"오토바이 질주 장면으로 인해 더 역동적인 영화가 됐어요. 액션이 이렇게 강할 줄 몰랐어요. 촬영 중 욕심을 부리다가 한 번 깔리기도 했어요. 오토바이를 타고 골프장에 가봤는데 시내에서 주행할 때에는 영화 촬영보다 더 긴장되더군요. "

그는 촬영 전 '에일리언'의 시고니 위버 연기를 눈여겨 봤다. 징그럽거나 무서운 장면,괴물과 눈을 맞추는 모습까지 살펴봤다. 괴물은 촬영 후 컴퓨터그래픽(CG)으로 그려 넣으니까 촬영 당시에는 모든 것을 상상만으로 연기해야 했다.

"괴생명체가 있다고 믿으며 연기하니까 차츰 익숙해지던 걸요. 슬프더라고요. 그도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라 인간의 과욕으로 나온 생명체거든요. 완성작을 보니까 괴물과 눈빛 교감이 좀 더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더군요. "

그는 골드클래스 극장에서 보니까 일반 상영관보다 괴물의 징그러운 느낌이 훨씬 잘 살아났다고 했다. 화면이 더 밝고 사운드도 강력했기 때문.일반 상영관에서는 괴물과 싸울 때 자신의 거친 숨소리가 기대만큼 크게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안젤리나 졸리처럼 멋진 여자가 되고 싶어요. 보호받거나 예쁘다기보다는 멋있는 여자란 찬사를 듣고 싶어요. 차기작 '코리아'에서도 탁구선수로 나서 액션 연기를 펼칩니다. 남북 단일팀이 승리한 실화를 감동적으로 담은 영화예요. "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