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면산 산사태로 인명 피해 속출…강남 일대 이례적 `물바다'
지하철 침수 출퇴근 대란…정부 긴급 대책회의 `비상'


사건팀 시청팀 = 26일과 27일 이틀간 서울에 내린 폭우로 강남과 광화문 등 시내 중심부 지역을 비롯해 주요 간선도로와 저지대 주택가가 물바다로 변했다.

이틀 동안 내린 400㎜ 이상의 폭우로 서울에서만 13명(9명 사망, 4명 실종)이 숨지거나 실종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에서 물난리로 두자릿수의 사망ㆍ실종자가 발생한 것은 2001년 7월이래 10년 만이다.

서울시는 이날 오전 관악구 지역에 내린 시간당 110.5㎜의 국지성 호우는 100년 만에 나타날 수 있는 폭우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하철역이 침수되면서 지하철 운행이 중단·지연되고 있고 도로에 침수된 차량이 방치되면서 차량 흐름에 큰 차질을 빚어 출근길 대란이 퇴근길까지 이어지고 있다.

시내 곳곳 절개지에서 산사태가 발생하고 정전 피해가 잇따르면서 도시 기능이 거의 마비된 모습을 보였다.

◇ 강남·광화문 일대 '물바다'…저지대 주택가 침수 = 27일 소방당국과 경찰, 시민 제보에 따르면 관악구와 강남구, 서초구 등 한강 이남 지역과 광화문 등 서울 주요 지역 상당 부분의 기능이 오전 중 사실상 마비되고 시민들은 교통 대란을 겪었다.

강남역 일대 삼성 사옥 인근 지역은 하수가 역류하면서 무릎 위까지 물이 들어차 심각한 교통 체증 현상을 빚었다.

특히 강남역에서 양재역 구간은 거대한 수로로 변해버렸다.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삼릉공원 앞 왕복 2차선 도로는 약 200m 구간이 양방향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코엑스 인근 지역에는 성인 무릎까지 차오른 빗물 때문에 승용차 2~3대가 운행 중 시동이 꺼져 견인차가 출동했다.

양재천 수위가 오르면서 양재초등학교와 대치역, 교대역 인근 지역의 주택가 일부 지역은 저지대에 주차된 차량 지붕 위까지 물이 차오른 상황이다.

남부순환도로와 사당역 인근 일대 역시 침수 피해가 심각하다.

대치역 인근 사거리가 물에 잠기면서 은마아파트 진입로가 모두 잠겨 잠시 고립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관악구 일대에 호우가 집중되면서 신림역 일대 주택가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남부순환도로와 사당역 인근 지역의 피해도 심각했다.

광화문 일대 세종로 사거리 동화면세점 앞 지역은 미처 빠지지 못한 물이 발목 이상의 높이로 고이기도 했다.

지난해 추석 기습적인 폭우로 `물바다'가 됐던 기억을 되살리게 했다.

도로 일부가 침수되면서 광화문에서 시청 방향 도로는 5개 차선 중 2개 차선만 소통되면서 교통 체증을 빚었다.

이외에 서대문구 북가좌2동과 신림5동, 강서구 화곡동 4거리 등 저지대 주택가 역시 물이 차올라 지하방 거주 주민들이 물을 퍼내느라 애를 먹었다.

오후 들어 비가 상대적으로 소강상태를 보이면서 시내에 고인 물도 일부분 빠져나가는 모습이다.

◇ 지하철·도로 곳곳 통제·마비 = 주요 간선도로와 일부 지하철역이 침수되면서 대중교통 역시 마비 상태에 빠졌다.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하철과 전철의 경우 중앙선 청량리역~용산역 구간이 오후 1시30분께부터 운행이 중단됐으며 분당선 선릉역~수서역 구간도 오전 10시15분부터 운행중단 상태다.

이날 오전에는 지하철 1호선 오류동역이 잠겨 경인선 운행이 중단됐지만 오전 10시15분을 기해 전 구간 운행을 시작했다.

올림픽대로 여의상류IC~하류IC 양방향 구간 중 노량진수산시장~서울교 구간에서는 갑자기 불어난 물살이 오전 9시30분게 도로를 덮쳐 차량 500여대가 고립되고 승객 1천여명이 대피했다.

소방당국 등은 견인차를 동원해 차량을 끌어내고 있으며 견인차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은 구조대원이 차량을 밀어서 안전한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강변북로는 한강대교에서 원효대교 구간이 차단돼 있다.

동부간선도로는 전 구간에 걸쳐 양방향 모두 통제됐다.

한강 잠수교와 증산지하차도, 신월지하차도, 양재천로 하부도로 영동1교~KT 구간은 물이 차는 바람에 출입이 통제됐다.

서부간선도로 철산교 하부도로, 올림픽대로와 방화3동을 잇는 개화 육갑문, 노들길 여의상류IC~토끼굴 구간도 침수됐고 양재대로와 동작대로도 일부 구간에 차량이 다니지 못하는 등 약 20곳에서 차량 통행이 통제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지역 도로 수백개의 신호등이 꺼져 교통 혼란을 가중시켰다.

◇ 분당·경원선 중단…올림픽·강변북로 일부도 통제 = 폭우로 절개지가 붕괴되면서 산사태가 속출해 인명피해로 이어졌다.

이날 오전 8시45분께 서울 서초구 우면동 우면산터널 요금소 출구에서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가 일어나 9명이 사망하고 400여명이 대피했다.

토사가 흘러내린 곳은 과천 방향 우면산 터널과 요금소 사이 약 50m 구간으로 도로 중 3분의1 가량이 흙으로 뒤덮인 상태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산사태로 방배동 남태령 전원마을에서 4명, 방배동 S아파트에서 2명, 방배동 R아파트에서 1명, 양재동 양재면허시험장 뒷산과 우면동 형촌마을에서 각각 1명 사망했다.

사망자 대다수는 산사태로 쏟아져 나온 토사가 마을과 아파트를 덮치면서 매몰돼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신세계 구학서 회장의 부인 양명숙(63) 여사는 이날 오전 쏟아진 폭우로 인한 사고로 숨졌다.

◇ 서울시ㆍ군ㆍ경 긴급 대책회의 = 서울시는 이날 오후 3시 남산에 위치한 서울종합방재센터 상황실에서 오세훈 시장, 이성규 서울지방경찰청장, 박남수 수도방위사령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수해대책 회의를 열었다.

이날 대책회의에서는 100년 빈도에 해당하는 집중 폭우가 발생함에 따라 서울시와 군ㆍ경이 수해복구 비상 실무대책기구를 구성해 신속하고 유기적인 피해복구에 나서기로 했다.

오세훈 시장은 "피해 아파트 복구와 시민 안전이 최우선"이라며 "아파트 내부 등 장비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은 인력을 통해 복구해야 하는 만큼 군이 적극 나서달라"고 당부했다.

지난 26일부터 시작된 집중호우로 서울의 강수량이 400mm를 넘어선 가운데 추가로 250mm 이상이 더 내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자동관측장비(AWS) 기준으로 관악(94mm)과 남현(86.5mm)에는 1시간에 무려 100mm 가까운 폭우가 쏟아졌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