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하물 나르고 승무원 체험…현장서 아이디어 얻어요"
말레이시아 저가 항공사인 에어아시아의 토니 페르난데스 회장(48 · 사진)은 2001년 단돈 1링깃(350원)에 에어아시아를 인수했을 때 '제정신이냐'는 소리까지 들었다.

미디어그룹 타임워너에서 음반 분야 부사장을 지낸 그는 항공업에 문외한이었고,에어아시아는 9 · 11테러 직후인 당시 110만달러의 부채를 짊어진 '애물단지'였다.

10년이 지난 지금,이 항공사는 연매출 1조4000억원에 매년 3400만명의 승객을 실어나르는 아시아 최대의 저가 항공사로 성장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미국 사우스웨스트항공,아일랜드 라이언에어,영국 이지젯에 이어 4위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지난 18일 부산 노보텔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가졌다.

에어아시아의 성공 비결은 물론 싼 가격이다. '누구나 비행기를 탈 수 있어야 한다'는 슬로건 아래 기존 대형 항공사보다 50% 싼 가격에 항공권을 공급하고 있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이를 위해 한 달에 두세 차례 엔지니어와 수하물 · 승무원 업무 등을 직접 수행한다.

그는 "사무실이 아닌 현장에서 직접 체험하면서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비용절감 아이디어를 얻는다"며 "항공업계에 늦게 발을 들여놓았지만,항공업 운영에 있어서 만큼은 대한항공의 최고경영자(CEO)보다 더 많이 안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CEO부터 말단 직원까지 소통하는 열린 문화 역시 에어아시아의 장점이다. 그의 회사 내 호칭은 '토니'.회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들이 한 사무실에서 같은 기자재를 사용해 업무를 본다. 그는 "에어아시아 9000여명 임직원은 업무 중에 개선사항이 있거나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나를 비롯한 임직원에게 직접 연락한다"며 "10명이 아이디어를 내고 8990명은 수동적으로 따라가는 기업과는 아이디어의 다양성과 창의성에서 비교가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어아시아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열사인 장거리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엑스를 통해 서울~쿠알라룸푸르 노선에 진출했으며,연내 부산~쿠알라룸푸르 노선을 개설한다. 이번에 그가 부산을 찾은 이유도 제반사항을 논의하기 위해서다. 페르난데스 회장은 한국을 무한한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의 저가 항공사들은 대형 항공사 가격 대비 80% 정도로 "저가 항공사다운 요금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한국 정부와 국내선 진출을 위한 논의를 진행 중"이라며 "에어아시아는 한국 저가 항공사들과는 다른 50%대의 '혁신적인 가격'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베트남에 계열사를 설립한 이 회사는 연내 일본 진출이 예정돼 있을 정도로 빠르게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

부산=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