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이 매너리즘에 빠진 정부의 물가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공직자들이 늘 해오던 대로 무조건 억누르기만 한다"며 "유통구조 혁신 등 보다 근본적인 물가안정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게 없다. 정부가 찍어누르기 식으로 물가를 잡겠다고 하면 잠시 반짝 효과가 나타날 수는 있지만 얼마 못가 이내 다시 물가가 튀어오르는 숨바꼭질이 반복돼 왔던 지금까지의 경험이 이를 그대로 뒷받침한다.

대통령 말마따나 정부가 물가대책이라고 내놓는 것을 보면 수십년 전에 해왔던 방식과 전혀 달라진 게 없다. 물가가 많이 오른 품목을 특별 관리대상으로 지정해 엄포를 놓고,그래도 말이 안 먹힌다 싶으면 원가조사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억누르기에 나서는 것이 틀에 박힌 매뉴얼처럼 되풀이돼 왔다. 최근 기름값을 잡겠다고 했을 때도,외식비를 문제 삼았을 때도 모두 그런 식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해서 정부가 물가잡기에 성공했다는 얘기를 우리는 들어 본 적이 없다. 직접적인 가격통제는 시장을 왜곡하는 등 부작용만 키우고 말았다.

그런 점에서 "유통구조를 깊숙하게 추적하면서 근본적인 조치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대통령의 말은 더욱 공감을 얻게 된다. 대통령은 쌀값을 언급했지만 어디 쌀뿐이겠는가. 문제는 시장진입 장벽 등 온갖 비경쟁적 요소들이 이를 가로막고 있다는 점이다. SSM에 대한 규제나 통큰 치킨을 둘러싼 논란도 다 그런 것이다. 엊그제 중기청 산하 시장경영진흥원이 전국 생필품 가격을 조사한 결과 부산이 전통시장과 대형 마트 양 부문 모두에서 가장 싸게 나타난 것도 유통단계가 적고 경쟁이 치열한 때문이라는 분석은 그래서 시사하는 바 크다.

논란이 많았던 통신요금 인하 문제만 하더라도 제4이통사 등 신규 사업자의 진입을 통한 경쟁 활성화로 풀어가는 것이 근본적인 조치다. 동반성장이나 대 · 중기 협력 등도 업자들의 담합을 사실상 그대로 용인하면서 경쟁을 통한 물가하락을 저지시키고 있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시장원리에 맞는 물가대책이라야 지속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