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오일뱅크가 스포츠마케팅에 나선 것은 지금으로부터 17년 전이다. 1994년 국내 최초의 프로 카레이싱팀을 만들었다. 모두 4명의 레이서와 12명의 기술자로 구성된 '오일뱅크 레이싱팀'이다. 선진국에선 F1 등 모터스포츠가 큰 인기를 누렸지만 당시 국내에서는 이름조차 생소하게 여겨질 때여서 반향을 컸다. 이뿐만 아니다. 현대오일뱅크는 비슷한 시기에 아이스하키팀 '오일뱅커스'도 창단했다. 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모터스포츠와 아이스하키 스포츠마케팅을 통해 고객들에게 스포츠의 감동을 느끼게 하고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는 효과를 노렸다"고 설명했다.

활발한 스포츠마케팅을 펼치던 현대오일뱅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대주주로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스포츠 마케팅에서 손을 뗐다. 그 뒤 10여년간 회사 차원의 스포츠 마케팅은 전무했다. 그러던 작년 8월 현대중공업이 경영권을 인수하면서 다시 활발한 스포츠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올해는 축구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 2월 모기업인 울산현대축구단의 유니폼 스폰서로 참여한 데 이어 K리그 타이틀 스폰서도 맡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과 협약을 맺고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1'이란 타이틀을 사용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는 한국실업축구연맹 회장을 맡고 있는 권오갑 사장의 뜻이 반영됐다. 권 사장은 1990년부터 1997년까지 울산대 사무국장으로 있으면서 울산대,울산과학대,현대중 · 고등학교,현대청운중,현대정보과학고에 축구부를 창단하는 일을 주도했다. 2004년에는 울산 현대축구단 단장을 맡았으며 2009년에는 울산 현대프로축구단과 실업축구 현대미포조선,현대코끼리씨름단을 통합한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를 지내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모든 K리그 경기 중계방송에 사명을 노출시키는 짭짤한 브랜드 마케팅 효과를 거두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다양한 광고와 프로모션을 통해 K리그가 열리는 전국 축구장에 현대오일뱅크 엠블럼과 로고를 지속적으로 노출시켜 기대 이상의 홍보 효과를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현대오일뱅크는 본업인 주유소 마케팅에도 K리그 타이틀 스폰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주유소를 찾는 고객들을 대상으로 K리그 전 경기(246 경기)에 50여명을 무료로 초대하는 혜택을 주고 주유 고객들에게 할인권을 배포하는 마케팅이 그것이다.

지난 5월에는 K리그 연고팀이 없어 축구경기를 볼 수 없는 충남 서산 지역 주민들을 위해 서산종합운동장에서 울산 현대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K리그 경기를 열기도 했다. 당시 서산종합운동장 1만5000여 좌석이 꽉 들어찼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