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레이크사건' 보호관찰 1년..스티븐 김에 영향줄 듯

과잉처벌 논란을 낳으면서도 오바마 행정부가 강력히 추진해 온 기밀유출 처벌강화 방침에 대해 미국 사법부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미국 연방법원은 15일(현지시각) 기밀정보를 언론에 유출했다는 이유로 기소된 미국 국가안보국(NSA) 고위 간부 출신인 토머스 드레이크(54)에 대해 보호관찰 1년의 비교적 가벼운 형량을 선고했다고 AP 등 주요 외신이 보도했다.

재판부는 드레이크가 정보 취득을 위해 허가 범위를 넘어 정부 컴퓨터를 사용한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를 인정, 보호관찰 1년에 240시간의 지역봉사활동을 선고했다.

연방 검찰은 애초 드레이크에 대해 간첩법상 10개의 중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했으나 지난달 공소유지를 위한 결정적인 증거 제출을 포기하면서 간첩법 적용은 철회했다.

대신 기밀유지 의무를 준수하는 다른 NSA 직원들에게 본보기를 보여야 한다며 5만달러의 벌금을 구형했다.

그러나 이날 리처드 베넷 판사는 재판 시작 사흘을 앞두고 간첩법 적용을 포기한 연방검찰에 대해 "각종 수사로 드레이크를 수년 동안 괴롭힌 셈"이라면서 "적절하지 않은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베넷 판사는 또 드레이크가 이미 직장과 연금 수급권을 잃고 수년간 관련 기관의 조사를 받은 것으로 충분하다면서 검찰의 벌금 선고 요구를 일축했다.

드레이크는 재판장 밖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부 기관의 악랄하고 보복적인 조사로 나 자신은 물론 우리 가족과 친구들까지 고통을 받았다"면서 "결국 진실이 중요하고 정의는 승리한다는 사실이 입증됐다"고 말했다.

이날 판결로 오바마 행정부의 기밀 유출에 대한 강력한 처벌 방침도 어느 정도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AP 통신은 분석했다.

특히 미국 정부가 간첩죄를 적용해 처벌을 추진 중인 한국계 북한핵 전문가 스티브 김 사건을 비롯한 3개의 다른 사건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내부고발자 보호단체는 이와 관련해 언론에 정보를 유출한 정부 관리들이 다른 나라를 위한 간첩으로 기소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도 지난달 18일자 보도를 통해 검찰이 간첩죄 적용을 철회한 드레이크 사건을 소개하면서 스티브 김 사건을 미 행정부의 무리한 법 적용이라는 관점에서 재조명하기도 했다.

드레이크 사건은 2001년부터 2008년까지 NSA에 재직하던 드레이크가 허가 범위를 넘어 정부의 컴퓨터 시스템을 이용한 뒤 내부 기밀 정보를 신문 기자에게 제공했다는 혐의로 2009년 4월 기소된 사안이다.

(서울연합뉴스) 유현민 기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