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한나라당 대표의 경제철학이 취임 후 각종 발언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 발언을 종합하면 그의 경제정책은 자유경쟁 틀 유지와 낙오자에 대한 기회보장이라는 '보완적 자유시장주의'(따뜻한 보수)를,복지정책은 재정적으로 실현 가능한 '우파 포퓰리즘(대중 인기영합주의)'을 기조로 한다. 일각에선 '은행 영업이익 10% 서민대출 추진' 등 때론 자신의 원칙을 벗어난 과격한 정책도 추진한다는 지적도 있다.

홍 대표는 6일 한 라디오에 출연,인위적인 부의 배분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중소기업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놓아야지 어느 한편의 것을 빼앗아 나눠주겠다는 정책은 곤란하다"고 말했다. 김성식 당 정책위부의장이 '앞으로 대기업이 갑갑할 정도의 정책을 내놓겠다'고 한 데 대한 반응이다. 그는 김 부의장의 발언을 "대기업이 오해할 만한 잘못된 표현"이라고도 지적했다. 측근인 이범래 의원은 "홍 대표가 올 초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초과이익공유제' 개념을 들고 나왔을 때 '인위적으로 부를 배분하자는 좌파적 발상'이라며 반발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공정한 경쟁의 틀을 강조했다. 홍 대표는 이날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 "대기업이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의 고유업종을 많이 침해하고 있는데 이를 제한하는 정책적 기조로 나아가는 게 옳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맥락에서 지난해 민생특위에서 대기업 · 중소기업 상생 차원의 납품단가 조정신청권과 중소기업 기술탈취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추진해 지난 4월 관련 법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는 자신의 '우파 포퓰리즘 추진' 발언에 대해서는 "우파 포퓰리즘은 정확히 말하면 '따뜻한 보수'를 하겠다는 것으로 실현 불가능한 복지를 하자는 '좌파 포퓰리즘'과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무상급식은 세금급식"이라며 "무상시리즈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 주민투표에 찬성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주도하고 있는 전면 무상급식 저지 주민투표를 중앙당 차원에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논리적 모순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홍 대표는 결식 국민 쌀 무상공급,만 4세 미만 전면 무상보육 실시 등의 서민특위안들이 재정 지속성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는 지적에 대해서는 명확한 재원마련 방침을 밝히지 않은 채 "복지는 자원배분의 문제"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홍 대표는 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법인세 추가감세 기조가 유지돼야 한다고 주장했지만,취임 후엔 '대기업 감세철회,중소기업 추가감세'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면서 입장변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한편 한나라당의 새 지도부와 정책위의장단은 오는 10일 여의도 당사에서 연석회의를 갖고 홍 대표의 정책들을 포함한 서민정책 추진 방향에 대해 '끝장 토론'을 갖기로 해 주목된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