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 해소 적임자" 자처…비방ㆍ견제 여전

7ㆍ4 전당대회를 하루 앞둔 3일 한나라당이 선거인단 투표에 들어간 가운데 7명의 후보는 막판까지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남경필 홍준표 권영세 박진 원희룡 나경원 유승민(이하 선수.가나다순) 등 7명의 후보는 경쟁하듯 연쇄적으로 기자회견을 열거나 보도자료를 통해 당원들의 표심 잡기에 부심했다.

후보들은 친이(친이명박)ㆍ친박(친박근혜) 계파 갈등을 해소할 적임자를 자처하며 한나라당의 변화와 개혁을 위해 자신이 대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먼저 기자회견을 자청한 원 후보는 "친박계 유 후보와 긴밀히 협력하겠다"고 했고, 나 후보는 "한나라당의 변화는 40대 여성 대표가 되는 것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악수 포즈'를 놓고 미묘한 눈치싸움이 벌어지는 등 민감한 분위기도 여실히 드러났다.

두번째로 기자회견을 한 유승민 후보는 원 후보와 마주치는 장면이 연출되지 않도록 고심하기도 했으나 결국 회견장에 들어서며 "(기자회견이) 이어져있네요"라며 인사말을 건넸다.

원 후보가 "친박ㆍ친이를 떠나 범 한나라당에 압장서겠다"고 했고, 유 후보는 "끝까지 잘해달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유 후보는 기자회견에서 "방금 사진 찍은 것도 제가 출마선언하러 왔다가 홍 후보와 사진을 찍은 것과 마찬가지 차원"이라고 말했다.

상대 진영을 향한 날카로운 공격도 이어졌다.

권 후보는 "정말 어처구니없는 것은 물러난 지도부 가운데 세 분이 다시 (지도부를) 채우겠다고 나섰다는 점"이라고 말했고, 유 후보는 "일부 후보가 계파 갈등을 일부러 부추기고 정책 경쟁이 흐릿해진 게 아쉽다"고 지적했다.

남 후보는 보도자료를 통해 "한나라당으로부터 민심이 멀어지게 했던 분들이 계파 선거를 주도하면서 도로 한나라당이라는 비아냥이 흘러나온다"고 비판했다.

한나라당과 각 후보 캠프가 휴대전화 문자 등으로 투표를 독려했음에도 투표율이 저조하자 선거인단을 약 20만명으로 확대한 의미가 퇴색한 것 아니냐는 아쉬움도 감지됐다.

전국이 장마전선의 영향권에 들어선 탓에 2003년 치러진 매머드급 전당대회와 비교하면 투표율이 크게 낮은 편이다.

오후 6시 선거종료 결과 전국 투표율은 25.9%로 최종 집계됐으며, 투표인원은 선거인단 20만3천518명 가운데 5만2천809명에 그쳤다.

앞서 2003년 전당대회에는 12만9천633명이 투표에 참여해 57.0% 투표율을 기록했다.

한나라당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당사를 찾아 "선거인단이 당원으로서 애당심을 갖고 양심과 소신으로 투표해주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1인2표제에서 두번째 표심에도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후보들은 `두번째 표'가 자신에게 올 것이라고 자신하는 모습도 보였다.

`반쪽 투표'를 독려하는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놓고도 논란이 일었다.

박 후보는 "특정 계파에서 `1표만 찍어라. 나머지는 안 찍어도 된다'는 지시를 내렸다고 하는데 이는 대의원의 참정권을 제한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문자 발송처로 지목된 A후보 측은 "후보를 도와주는 분이 개인적으로 보냈는지는 모르겠지만, 공식적으로 캠프에서 관련 문자를 보낸 적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오후 들어서도 A후보를 음해하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가 돌면서 당 선거관리위원회가 조사에 착수하는 등 진흙탕 공방이 이어졌다.

A후보 측은 "음해성 괴문자로 `6ㆍ15선언 지지자' 등 색깔론을 펼치는 독설 정치이자 구태 정치"라며 "(상대 후보가) 역전 당하면서 초조함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준서 황철환 기자 ju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