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경기도 고양시 삼송동 서울지하철 3호선 삼송역 인근.아파트 2만2000여가구가 들어서는 삼송지구 중심부다. 삼송역 북쪽과 서쪽의 택지에선 아파트 공사가 한창이었다. 내년 입주 예정인 호반건설의 '삼송호반베르디움'과 계룡건설의 '삼송계룡리슈빌' 공사장이다.

분주한 공사 현장과 달리 주변에 있는 20여개의 부동산중개업소는 텅텅 비어 있었다. 삼송역 인근 D부동산 대표는 "아파트 공사가 이 정도 진행되면 상가 문의도 들어오고 단독주택 용지를 보러오는 투자자들이 많아야 하는데 움직임이 전혀 없다"며 "수요는 찾기 힘들고 매물을 내놓겠다는 사람들만 있다"고 말했다.

◆마이너스 2000만원 단독택지 봇물

부동산 경기 침체와 LH(한국토지주택공사)의 택지개발사업 지연 여파로 삼송지구 일대 주택시장이 얼어붙었다. 올해 12월까지 완료 예정이던 고양삼송택지지구사업이 늦어질 것으로 예측되면서 투자자들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인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삼송지구 내 단독주택용지 634필지 중 90%가량이 분양가보다 싼값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 삼송동 대지공인 관계자는 "한때 1억3000만~1억5000만원까지 프리미엄이 붙었던 점포용 단독주택용지가 지금은 마이너스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5000만원의 계약금을 내고 점포용 주택용지 264㎡를 5억원에 분양받은 땅주인이 2000만원을 손해보고 3000만원에 매물로 내놨다"고 전했다. 이정열 명성공인 대표는 "매수자가 없는데 매도자들만 늘어나고 있다"며 "중도금을 연체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말했다.

LH에 따르면 상업용지 미분양 물량도 총 88필지 중 39필지에 이른다.

◆원흥보금자리 12월 분양…설상가상

삼송지역 분양시장에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미분양 물량으로 몸살을 앓던 건설사들은 오는 12월 시작하는 원흥지구 보금자리주택 본청약을 우려하고 있다. 미분양을 털어내고 신규 공급에 나서야 하는 상황에서 삼송지구와 맞닿아 있는 원흥지구에 싼 아파트가 공급돼서다.

내년 6월 입주 예정인 현대산업개발의 '삼송아이파크'는 이사비용 1000만원을 지원하는 조건으로 특별분양을 시작했지만 아직 28%가량이 미분양으로 남아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현재 분양 중인 아파트는 중대형이어서 보금자리의 직접적인 영향은 없다"면서도 "주변에 공급이 늘어나면 아무래도 수요가 분산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미 택지를 확보해둔 건설사 가운데 상당수는 분양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

삼송동 H부동산 관계자는 "현재 삼송지구 아파트들의 분양가가 3.3㎡당 1100만원대인데 원흥보금자리주택은 3.3㎡당 600만~700만원으로 예상된다"며 "원흥보금자리 청약조건이 충족되지 않는 사람들도 일단은 집을 사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