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고령화가 세계 최고 속도로 진행 중이나 정작 노후 준비는 선진국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산율 저하에다 성장률 둔화로 국민연금 고갈 속도가 급속히 빨라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노년층 빈곤이 큰 사회 문제로 떠오를 것으로 우려된다.

22일 한국경제신문이 통계청과 보험업계 자료를 토대로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사적연금 규모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치의 4분의 1에 불과했다. 사적연금은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을 제외한 퇴직연금(기업연금)과 개인연금을 지칭한다.

지난해 말 한국의 사적연금 규모는 개인연금 158조원,퇴직연금 45조원 등 203조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GDP(1172조원)의 17.3%다. 2009년 기준 OECD 34개 회원국의 평균은 67.1%였다. 국가별로는 네덜란드가 129.8%로 가장 높았고,스위스(101.2%) 호주(82.3%) 핀란드(76.8%) 영국(73.0%) 미국(67.8%) 등의 순이었다.

한국의 사적연금 규모는 OECD가 권고하는 GDP 대비 40~50%에 크게 모자라는 수준이다.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합친 두 가지 연금의 소득대체율 역시 한국이 42%로 OECD 평균(68%)이나 미국(79%) 일본(68%) 등에 크게 못 미쳤다. 소득대체율이 42%라는 것은 국민연금과 퇴직연금을 통해 받는 돈이 퇴직 전 소득의 42%에 불과하다는 얘기다.

우재룡 삼성생명 은퇴연구소장은 "급속한 고령화와 저출산 등을 고려하면 기본적인 노후생활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며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금 혜택을 확대하는 방안 등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스위스는 공적연금과 기업연금만으로 퇴직 전 소득의 75%가량을 보장받고 있다. 이본 랑 케터러 취리히금융그룹 사장은 "스위스는 기업연금 가입을 의무화하고 있는 데다 개인연금 세제 혜택이 커 대부분 소득의 3분의 1을 노후준비 자금으로 저축하고 있다"고 말했다.

취리히(스위스)=박준동/강동균 기자 jdpow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