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올 초 신년사에서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역사적인 한 해로 만들자"며 "각 부문별 유기적 협조 시스템을 구축해 급변하는 국제 경영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응해 달라"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앞으로 현대 · 기아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판매 확대는 물론,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친환경차 개발 등 새로운 성장 동력에 힘써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현대 · 기아차는 올 하반기 원자재 값 상승,고유가 등의 외부 요인과 노사 문제 등의 내부 요인이 공존하는 상황이지만 상반기 이뤄낸 성과를 그대로 이어나가 연초 세운 사업 계획과 경영 목표를 차질 없이 수행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경쟁력 있는 신차 대거 출시

우선 국내 소비자들의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다양한 신차를 대거 선보일 예정이다. 하반기에 중형 왜건 i40(프로젝트명 VF)와 i30의 후속 모델 출시를 앞두고 있다.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에서 선보인 i40는 현대차 유럽디자인센터가 디자인을 맡은 신개념 중형 왜건으로,현대차의 디자인 철학을 바탕으로 독특한 라디에이터그릴과 캐릭터 라인 등을 담았다. 국내 해치백 시장을 크게 확대한 'i30'의 후속 모델도 인기를 끌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아차는 올 하반기에 프라이드 후속(프로젝트명 UB) 모델과 크로스오버차량(CUV) 탐(TAM · 프로젝트명) 등을 출시해 고유가 시대에 소비자들의 요구를 적극 만족시킨다는 계획이다. UB는 글로벌 소형차 시장을 겨냥한 기아차의 야심작으로 지난 3월 제네바모터쇼를 통해 처음 공개됐다. 탐은 박스형 경차로 독특한 디자인을 선호하는 젊은 세대들에 좋은 반응을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브랜드 고급화 전략 강화

현대차는 브랜드 고급화 전략도 꾸준히 추진하고 있다. 미국 시장에서 올 초 출시한 에쿠스가 최고급 럭셔리 시장에서 기대 이상의 판매 성적을 이어가고 있고,제네시스는 지난달 2769대(쿠페 포함)가 팔리며 미국 진출 3년 만에 처음으로 렉서스(2400대)를 꺾는 성과도 냈다. 올 하반기 동급 최고 성능의 타우 5.0 GDi 엔진과 8단 후륜 자동변속기가 탑재된 에쿠스와 제네시스가 현지 판매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면 현대차의 돌풍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중국 시장에서도 현대 · 기아차는 기존의 주력 차급이었던 중소형 차종 외에 쏘나타와 K5 등을 출시하며 중대형차 시장에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도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고급화 전략을 더욱 강화해 나갈 계획"이라며 "양적인 판매 확대뿐만 아니라 고급 차종의 판매를 늘려 수익성을 더욱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차 시장 적극 공략

현대 · 기아차는 친환경 차 시장 공략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5월 초 선보인 쏘나타 하이브리드와 K5 하이브리드는 현대 · 기아차가 독자 개발한 '병렬형 하드타입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탑재해 뛰어난 성능과 ℓ당 21.0㎞에 달하는 연비를 구현했다. 현대 · 기아차는 하반기에 다양한 친환경 마케팅과 시승 이벤트 등을 통해 국내 소비자들에게 쏘나타 · K5 하이브리드의 친환경성과 뛰어난 품질을 널리 알릴 계획이다.

전기차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해 9월 국내 최초의 전기차로 공개한 '블루온(BlueOn)'을 정부기관,지방자치단체 등에 제공해 시범 운행하고 있으며 연말에는 기아차가 개발한 박스카 탐(TAM · 프로젝트명)에 전기차 시스템을 탑재해 본격적인 양산 채비를 갖출 계획이다. 2012년 말까지 총 2500여대의 전기차를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글로벌 시장 확대 노력

현대 · 기아차는 상반기 미국 중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뤄냈으며 올 하반기에도 이 같은 성장세를 발판으로 올해의 사업 목표와 경영 계획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다.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는 현지 진출 이후 사상 처음으로 점유율 10%를 돌파하며 업체별 순위 5위라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다. 하반기에는 기아차의 미국 조지아 공장에서 K5의 현지 생산,판매가 이뤄져 판매량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하반기 UB와 i40,벨로스터 등 경쟁력 있는 신차를 본격 판매하며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러시아에서는 전략 소형차인 '쏠라리스'의 판매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