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선태 법제처장(사진)은 일단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 사건과는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에서도 2일 "부산저축은행 사건과는 관련성이 없다"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실제 그가 돈을 받은 시기도 서울고검 검사로 재직 중이던 2007년이어서 저축은행 사태가 본격적으로 불거지기 훨씬 전이다. 따라서 정 처장은 부산저축은행과는 별건으로 금융브로커 윤여성 씨(구속)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가 포착된 것으로 보인다. 정 처장은 현재 해외출장 중으로,주말께 귀국할 예정이다. 그는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고 정 처장이 저축은행 사태의 '유탄'을 맞은 것으로 보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적지 않다. "제기된 의혹에 대해 확실히 규명하겠다"며 의욕을 보이는 검찰의 태도가 우선 그렇다. 검찰은 특히 정 처장이 부산저축은행그룹 로비를 총괄지휘한 김양 부회장의 측근 윤씨의 로비 대상이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저축은행 측 로비 행태에 비춰 법원 검찰 등 법조계도 예외일 수 없기 때문이다. 정 처장과 여러 면에서 닮은 꼴로,역시 윤씨의 덫에 걸린 검사 출신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 사례가 이를 말해준다.

두 사람은 1993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슬롯머신 비리가 터졌을 때 정 · 관계 유력인사 14명을 낙마시킨 '모래시계 검사'들이다. 당시 정 처장은 8년차 검사로 2년차였던 막내 은 전 위원보다 한참 선배였다. 이후로도 정 처장은 2008년까지 검찰에 남았지만 정치에 관심이 컸던 은 전 위원은 변호사 개업(2001년) 직후부터 정계에 본격 뛰어들었다. 한동안 다른 길을 걷던 두 사람은 2008년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만나 다시 한솥밥을 먹었다. 결국 둘은 나란히 차관급인 법제처장과 감사원 감사위원 자리까지 올랐다.

정 처장이 검찰에 소환되면 모래시계 검사팀의 또 다른 일원이었던 김홍일 대검 중수부장과의 대면이 불가피해진다.

김병일 기자 kb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