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겸 현대건설 사장이 30일 돌연 사직하면서 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김 사장은 지난 3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교체될 것이라는 소문을 잠재우고 지난 3월말 주주총회를 통해 김창희 부회장과 각자대표로 선임된 터라 불과 두달만에 이뤄진 그의 퇴진이 갑작스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

김 사장의 퇴진은 현대건설내 최측근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사퇴 당일에 소식을 전해들은 것으로 알려져 직원들이 받은 충격은 더 크다.

김 사장은 주말인 지난 28일에 이미 그룹측에 사퇴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건설측은 이에 대해 "김 사장이 알아서 판단했을 것"이라며 극도로 말을 아끼고 있다.

회사의 한 간부는 "김 사장이 이날 계동 사옥에서 임원급 회의를 주재하고 사퇴 사실을 알렸다"며 "그룹 경영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퇴임을 결심했다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임원은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이라는 새 체제에 편입된 만큼 체제안정에 도움이 되기 위해 용퇴를 결정한 것으로 안다"며 "문책성 인사는 아니며 오래 전부터 김 사장이 그렇게 생각해온 것 같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직원들은 김 사장의 갑작스런 퇴임에 당혹해하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직원은 "4월에 각자대표에 선임되면서 최소한 올해 말 까지는 김 사장이 자리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었는데 아침에 사퇴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며 "무슨 이유에서든 예상치 못한 사퇴임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주변에서는 현대건설이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조직개편을 통해 연착륙에 성공한 만큼 김사장이 스스로 '이제 떠날 때가 됐다'는 판단을 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후배들에게 길을 터주기 위한 배려도 작용했을 것으로 본다.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뒤 최근까지 강도높게 진행됐던 조직개편에 대해 크게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현대건설이 시공능력평가 1위를 탈환하는 등 우수한 실적을 달성한 것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한편으론 주인없는 회사로 오래 지내며 공기업처럼 조직이 느슨해지고 방만한 경영을 해온 것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김 사장이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후배들로부터 '혼자 살아남으려 한다'는 오해도 불식시키기 위해 사퇴를 결심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 인수 후 1년 정도는 김 사장 카드를 활용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김 사장이 자신의 용도 폐기 시점을 구조조정 직후로 스스로 판단했을 가능성도 일각에서는 제기되고 있다.

김 사장의 '사장 중심'의 경영 스타일이 원인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김중겸 사장은 현대건설이 그룹에서 분리된 후 그동안 거쳐간 다른 사장들과 달리 마치 '오너십 경영'을 하는 듯한 인상을 많이 풍겼다"며 "현대차그룹에 인수된 후 그룹 중심의 오너십 경영에 (김 사장이)불편한 존재가 됐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김 사장의 사퇴는 현대차그룹 경영진과의 매끄럽지 못한 관계가 직접적인 배경이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이 현대차에 인수된 후 곧바로 사장 교체설이 돌았던 것을 고려하면 그룹쪽에서 김 사장의 자진 사퇴를 유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다만 그 시점이 예상보다 빨랐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이 정치권과 두터운 인맥을 형성하고 있는 만큼 내년 총선을 앞둔 사전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김 사장은 "당분간은 쉬면서 차기 행보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의 사퇴가 갑작스럽게 진행된만큼 후임 인선은 아직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현대건설의 한 임원은 "김창희 부회장 1인 체제로 갈 지, 아니면 그룹쪽이나 내부 승진을 통해 사장을 따로 선임할 지 정해진 바 없다"며 "그룹에서 후임 인사에 대해 고민중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 주변에서는 김창희 부회장이 건설 전문가가 아닌만큼 현대건설을 이끌어나갈 실무 사장은 내부 승진이나 현대건설 퇴임 임원들 가운데서 발탁할 가능성이 크지 않겠느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권혁창 서미숙 기자 sm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