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칼럼] 法기술자들에 의한, 法기술자들을 위한…
법조 출신 정치가들은 종종 무지와 극언으로 사람들을 놀라게 만든다. 안상수 한나라당 전 대표도 그랬고 천정배 민주당 의원도 못지않았다. 말로 먹고사는 것이 정치다 보니 정치인의 망언은 병가지상사(兵家之常事)다. 성희롱 논란으로 여성 아나운서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던 강용석 의원은 어제야 징계 절차가 끝났다. 그도 법조인이다. 이회창 선진당 대표는 한때의 말 실수로 정치 역정이 달라졌다. 하나둘 꼽다보면 망언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법조 출신이라는 점을 발견하게 된다.

변호사 출신인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은 언제나 극단적인 말을 쏟아냈다. 결국 젊은 검사들과 진흙탕 싸움 끝에 실로 어처구니 없는 종착역으로 내달았다. 간간이 언론을 장식하는 판사들의 폭언은 유명하다. 아마 법정에서만큼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 작은 독재자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법조 출신일수록 법치주의나 준법과는 거리가 멀다는 생각도 하게 된다. 자신은 법을 다루는 사람이지 법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는 생각들이 깔려 있는 것 같다. 저축은행 뇌물 사건의 하이라이트인 은진수 전 감사원 감사위원은 모래시계 검사 출신이다. 모래시계의 맏형인 홍준표 의원도 거친 입담으로 국회에서 명성깨나 얻었다.

미국은 변호사에 대한 인식이 가장 나쁜 나라다. 영혼이 없는 직업이라는 이유에서다. 성품이 올곧아서 전관예우를 거부하는 한국의 전직(前職)들은 쓰레기 하치장으로 내려가 이혼소송이라도 맡아야 한다. 철없는 부부들의 사생활을 뒤지고 더러운 가십(gossip)을 수집해야 하는 일은 정말 고역이다. 졸부들의 형사사건은 더할 나위가 없다. 일류 대학 나와 사시 패스하고 판검사까지 거친 다음에 하는 일이 겨우 깡패 뒤치다꺼리라면 정말 허망하다. 그 짓을 하지 않으려면 국회의원이라도 해야 한다.

18대 국회엔 법조 출신이 유독 많다. 16대 국회에서 41명이었던 법조 출신은 17대에서 53명으로 늘었고 18대에서는 58명으로 다시 늘어났다. 법조 출신이 가장 많은 18대 국회가 가장 폭력적이다. 정치권에 법조 출신 비중이 늘어날수록 폭력은 더 늘어나고 정치인이나 정당 간에 명예훼손이나 맞소송이 필연적으로 급증할 것이라는 예단은 근거가 있다. 제버릇 남주기가 어려울 것이다.

법조인은 국회의원을 하면서도 생업을 포기하는 법이 없다. 국회의원을 하면서 1년간 1000건의 변호사 수임을 기록한 사람도 있다는 정도다. 법률가가 아닌 법 기술자들이 판치는 법조 공화국이다. 국회의원인 변호사의 수임을 금지하는 법률안은 매번 국회에 오르지만 역시 매번 간단하게 폐기된다.

[정규재 칼럼] 法기술자들에 의한, 法기술자들을 위한…
동업자 정신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던 거다. 이념과 철학이 아니라 사시 몇회였는지가 더 중요한 봉건 동업자 조합이다. 변호사들의 밥그릇이었던 준법지원인 제도가 손쉽게 잡음도 없이 국회를 통과했던 것은 그 때문이다. 전관예우는 범죄행위지만 결코 근절되는 법이 없다. 그러나 지금도 철없는 부모들은 자식에게 법조인 되기를 요구한다. 법조 출신은 죽은 다음에 지옥에 가기를 원한다는 말이 있다. 왜냐고? 지옥엔 소송이 많아서 변호사들의 일감이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공익의 대변자요 정의의 수호자들이 왜 이 지경이 되었을까. 워낙에 밑바닥 인생들을 상대하다 보니 스스로도 부끄러움이라고는 없어져 버렸기 때문일까. 아니면 '조사하면 다 나와!'라는 공갈이 골수에 찌든 때문일까.

그리고 보니 한나라당의 새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도 법조 출신이다. 한나라당은 유독 법조인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사시패스 하나만으로도 떠받들어준다. 홍준표,원희룡,나경원 의원 등이 모두 법조 출신이다. 민주당에는 의외로 경제관료 출신이 많다. 법조 출신은 법을 능멸하고 경제관료 출신은 포퓰리즘에 집착한다. 그렇게 정치는 타락해가고 나라살림은 엉망이 된다.

정규재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