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많이 하지 마십시오.건강에 해롭습니다. "

지난해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올린,국내 최대 게임업체 회장의 발언치고는 뜻밖이었다. 25일 서울 광장동 쉐라톤워커힐호텔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가진 김정주 넥슨 회장(44 · 사진)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청소년보호법(일명 셧다운제)에 대해 이렇게 말문을 열었다.

셧다운제는 16세 이하 청소년의 자정 이후 게임 접속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청소년 관련 게임 비중이 높은 넥슨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셧다운제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김 회장은 "실제로 게임을 늦게까지 하면 건강에 좋지 않으니 운동이나 다른 야외활동을 많이 하면 게임을 자연스럽게 줄일 수 있다"며 "게임에 너무 몰입하지 말고 다양한 사회 활동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감한 현안을 비켜가겠다는 의도보다는 진솔한 뜻이 담겨 있는 것으로 느껴졌다.

2005년 언론사들과 인터뷰를 가진 후 거의 6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김 회장과 1시간여에 걸쳐 대화를 나눴다. 그는 무척 쑥스러워하면서도 셧다운제,주식 상장,앞으로의 사업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솔직하면서도 거침없이 대답했다.

-셧다운제 시행에 대해 넥슨을 중심으로 업계가 공동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업자들은 정부 정책과 각을 세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야에 게임을 하지 않는 것이 좋다는 의견이 있으면 그 의견도 존중해야 한다. "

-게임에 대해 유독 규제가 심하다는 생각은 안드는가.

"게임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생각만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긴 하다. 게임이 다 그렇게 나쁜 것은 아니다. 게임은 긍정적인 역할도 다양하게 할 수 있다. 또 게임 말고도 아이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칠 만한 것들이 많다. (사람들이) 너무 게임만 몰아세우는 것 같다. 아이들에게 공부만 강조하지 말고 다양한 활동을 하게 해 주면 게임에 대한 지나친 우려도 해소할 수 있을 것 같다. "

-스마트&모바일 시대 넥슨의 전략은.

"우리는 콘텐츠 회사다. 콘텐츠 회사는 플랫폼 영역을 넘보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플랫폼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간다. 넥슨은 많은 게임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모바일이나 소셜용으로 변환하는 것도 엄청난 작업이다. 앞으로도 플랫폼이 점점 다양해지고 사람들은 다양한 기기,플랫폼에서 게임을 하고 싶어할 것이다. 그런 수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 "

-페이스북용 게임도 출시한다는 뜻인가.

"여름께 페이스북용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출시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온라인게임으로도 이미 전 세계에 3억명의 유저가 있지만 페이스북으로 출시되면 새로운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메이플스토리는 아이폰과 안드로이드용 앱으로도 출시될 예정이다. "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확산되는 것이 기존 게임시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나.

"예전에는 게임에 접속해 같이 할 사람을 찾는 게 일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자기가 잘 아는 사람과 온라인에서 만나서 게임을 한다. 앞으로 아는 사람들과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데 주력할 것이다. 그런데 이건 게임만 그런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인터넷 자체가 그렇게 변한다. 내가 아는 사람들이 다 네트워크에 들어와 있다. 이들이 게임이나 채팅 등 다양한 활동을 끊임없이 한다. 이런 모습으로 인터넷이 발전하게 되면 우리 사회의 소통부족 문제를 해결하는데도 좀 도움이 될 것 같다. "

-그동안 M&A를 성공적으로 해 왔는데,게임회사 인수에 어떤 기준이 있나.

"당연히 콘텐츠가 중요하다. 넥슨이 다른 회사에 비해 강점이 있는 것은 해외에서 물건을 팔 수 있다는 것이다. 메이플스토리,던전앤파이터,서든어택 등은 국내에서도 성공했지만 해외에서 더 크게 성공하면서 빛을 본 게임들이다. 많은 게임업체들이 해외로 가는데 우리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

-올해 일본에 상장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장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다. 하지만 지역이나 시기는 내가 말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해해달라."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등 넥슨이 향후 디즈니랜드 같은 기업을 꿈꾸고 있다는 얘기도 있는데.

"넥슨이 제주도에서 작은 사회 공헌을 하고 있지만 테마파크는 전혀 생각지 않고 있다. 넥슨은 영화나 음악 등 그 어떤 다른 산업에도 진출할 생각이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앞으로도 게임에만 집중할 것이다. 미디어 회사가 될 생각도 없다. 그럴 여력도 없다. 게임만 잘 하려고 해도 어렵다. 아직 넥슨이 개척하지 못한 해외 시장도 많고 넥슨은 스포츠게임에서 성과를 보인 게 없다. 더 노력해야 한다. "

-연극에 관심이 많다고 알려져 있는데.

"딱히 그런 것은 아니다. 콘텐츠 회사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영화,드라마,연극,콘서트 등 다양한 분야에 다 관심을 갖고 있다. 영화나 공연 많이 보러 다닌다. 그런 것을 보러 다니면서 이게 다 내가 하려는 게임 사업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하면 즐겁다. "


김정주 회장은, 창업후 '은둔 생활'…재산 20억달러 추정

김정주 넥슨 회장은 게임업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로 불린다.

그의 극단적인 은둔을 나타내주는 일화가 있다. 2007년 여름,서울 선릉동의 넥슨 본사를 찾은 김 회장은 출입구에서 제재를 당했다. "외부인은 허락없이 들어올 수 없다"며 경비원들이 막아선 것.워낙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다 보니 직원들조차 창업자의 얼굴을 잘 몰랐던 것이다.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86학번인 김 회장은 카이스트대학원 재학 시절 이해진 현 NHN 이사회 의장과 같은 기숙사 방을 쓴 인연이 있다.

김 회장은 1996년 세계 최초의 온라인게임 '바람의 나라'를 개발했다. 그 뒤로도 국민게임 '카트라이더','메이플스토리' 등의 히트작을 줄줄이 내면서 넥슨을 한국의 최대 게임회사로 키웠다.

김 회장은 지난 3월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의 '세계 억만장자' 순위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주주로 있는 넥슨의 지주사 NXC가 상장되지 않았지만,김 회장의 재산은 20억달러(2조2000억원)로 추정됐다.
임원기/김주완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