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3D 영화 컨버팅 업체인 인디에스피(대표 서동현)가 '할리우드 컴퓨터그래픽(CG)의 제왕'으로 불리는 스캇 로스 전 디지털도메인 회장(사진)을 영입했다.

서동현 인디에스피 대표는 "지난해 설립한 인디에스피USA의 공동 회장으로 로스 전 디지털도메인 회장과 프로듀서 출신인 데이비드 페멋 페멋프레젠테이션 대표를 선임했다"고 25일 밝혔다.

로스 회장은 1993년 영화감독인 제임스 캐머런,모형 전문가인 스탠 윈스턴 등과 공동으로 특수효과 전문 회사인 디지털도메인을 설립한 뒤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해 이 회사를 이끌어왔다. 디지털도메인은 '터미네이터2''타이타닉''반지의 제왕' 등의 특수촬영을 담당하며 일약 할리우드 기술력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로스 회장은 이후 디지털도메인 지분을 매각하고 별도의 CG 회사를 운영하다가 이번에 인디에스피 회장으로 취임하게 됐다. 할리우드의 거물이 한국의 중소기업을 통해 3D분야에 뛰어들자 현지에서도 인디에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 대표는 "미국 유명 영화잡지인 버라이어티가 인터뷰를 제의해오고 영화 제작사의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며 "할리우드는 인맥을 통한 영업이 활발하고 비교적 알려진 업체를 쓰려는 경향이 강한 만큼 앞으로 인디에스피의 영업력이 크게 강화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로스 회장과 공동 선임된 페멋 회장은 미국에서 각종 TV 미니시리즈와 영화의 프로듀서로 활발하게 활동해왔으며 한국에선 할리우드 영화 '페이스오프'의 제작자로 유명하다.

서 대표는 "로스 회장과 페멋 회장은 앞으로 영업과 마케팅,기술자문 등을 맡을 것"이라며 "3D영화 시장의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어 단순한 '얼굴 마담'으로 남지 않고 회사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뜻을 비쳤다"고 덧붙였다.

3D컨버팅은 2D영상을 입체감을 가진 3D영상으로 바꾸는 기술이다. 주요 업체로는 미국의 레전드3D와 프라임포커스,그리고 한국의 스테레오픽쳐스 등이 있다. 앞서 스테레오픽쳐스는 2009년 제임스 밀러 전 워너브러더스 대표를 미국 현지 지사 대표로 영입한 바 있다.

벤처캐피털 업계 관계자는 "CG의 경우 다인력,저부가가치 구조인 데 비해 3D컨버팅은 상대적으로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고 부가가치가 높아 할리우드에서도 한국 업체들을 주목하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인디에스피는 2005년 설립돼 그동안 주로 광고영상 컨버팅 사업을 수주해왔고,지난해 LB인베스트먼트와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한 후 장편 영화 컨버팅에 도전하기 위해 미국 법인을 설립했다. 서 대표는 "3D영화 컨버팅 시장은 지난해 9000만달러 수준에서 2015년에는 10억달러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된다"며 "3년 안에 할리우드 시장에서 메이저 컨버팅 업체로 자리잡겠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