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의 채무 위기로 유로화를 사용하는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그리스 채무 위기로 유로존 국가들 사이의 균열이 깊어지고 확대되고 있다면서 유로존 국가들이 1년 이상 끌고 있는 이 지역의 채무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마저 생겨나고 있다고 24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그리스의 채무 위기의 여파는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23일 유럽의 주가지수는 2% 정도 떨어졌고 달러화에 대한 유로 가치도 거의 1% 정도 하락, 2개월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로존의 채무 위기로 같은 날 미국 뉴욕증시도 1% 이상 급락했다.

유럽과 미국 금융시장을 뒤흔든 그리스 채무 위기 해결을 위한 논란의 초점은 그리스가 추가 긴축 조치와 정부 운영 기관 및 서비스에 대한 민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국가들로부터 600억 유로를 추가로 지원받을 수 있느냐다.

이 문제에 대한 유로존 회원국들 의견은 서로 엇갈리고 있고 이런 견해차는 이달 초 그리스 채무 위기를 논의하기 위해 룩셈베르크에서 소집된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 이후 더 명백해지고 있다.

재무 상태가 건전한 독일이 아니라 그리스와 동병상련의 처지인 스페인과 이탈리아가 그리스를 비난한 것이다.

스페인과 이탈리아는 그리스 정부의 부채 위기 해결 노력이 부족해 유로존 위기가 부각됐고 위기가 자신들에 전염되고 있다고 그리스에 더 강력한 긴축 정책을 요구했다.

부국 중심의 북유럽과 상대적으로 빈곤한 남유럽이라는 유럽의 대립 구조에 남유럽 사이의 균열이라는 새로운 대립 구조가 생겨나고 있는 셈이다.

지난 23일 채권 시장의 반응을 보면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조바심은 과장이 아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탈리아 10년물 채권 금리는 지난 주말 4.7%에서 4.8%로 올랐고 스페인의 10년물 채권 금리는 5.2%에서 5.5%로 상승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그리스의 채무 조정에 대해서는 강경한 반대 입장이다.

그리스가 채무 조정을 하면 채권 보유국들은 손해를 감수해야 하는데 ECB는 450억 유로의 그리스 채권을 갖고 있다.

장 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는 룩셈베르크 회의에서 그리스의 채무 조정에 대한 제의가 나오자 회의장을 뛰쳐나왔을 정도라고 회의 참석자를 인용해 NYT는 전했다.

이에 비해 북유럽의 독일과 프랑스는 그리스의 채무 조정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다.

채무 조정이 결국에는 자신들에 손해지만, 단기적으로는 구미가 당기기 때문이다.

NYT는 그러나 경제 체질이 허약해진 유로존 국가들이 사회적 지출 삭감을 통해 자국 국민에게 고통을 부과할 수 있을지가 유로존의 위기를 푸는데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바르셀로나의 경제학자이자 블로거인 에드워드 휴는 유로존 밖의 채권국들은 더 엄격한 긴축을 요구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이런 조치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고 누가 믿겠느냐"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이상원 특파원 lee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