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는 언제 사고 팔아야 하는지(when),어느 곳을 선택해야 하는지(where),적정 투자금에 대한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하는지(how)에 좌우됩니다. 경매 투자도 본질은 같습니다. "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48)는 경매 투자 요령을 묻는 고객들에게 항상 '2W+1H' 원칙을 제시한다. 그는 일반 부동산처럼 매수자와 매도자 간의 독점 · 수의계약이 이뤄지는 '1 대 1' 거래가 아니라 불특정 다수의 입찰자들과 법원 사이에 이뤄지는 '다수 대 1'의 형태인 경매 투자에 '2W+1H'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현장의 분위기 등 변수가 많아 투자 결과가 달라지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이유에서다.

◆타이밍,장소,자금계획이 성패 좌우

2009년 9월10일 서울중앙법원에서 진행한 대치동 은마아파트 경매 사례는 그가 '2W+1H' 원칙을 설명할 때 단골로 소개하는 메뉴다. 당시 경매에 나온 은마아파트는 95㎡(31평)짜리 두 가구였다. 5층 물건은 최초 감정가 9억8000만원에서 유찰돼 7억8400만원에 나왔고,3층 물건은 원래 10억5000만원짜리였으나 8억4000만원에 입찰에 부쳐졌다.

두 아파트의 입찰 결과는 어땠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3층 물건 낙찰자의 완승이었다. 더 싸게 나왔던 5층 물건은 입찰 경쟁이 붙은 끝에 9명이나 몰려 9억8630만원에 낙찰됐다. 반면 3층 물건은 한 명만 응찰해 입찰가인 8억4000만원에 물건을 따냈다. 군중 심리에 흔들리지 않고 역발상의 자세로 최저가가 더 높았던 물건을 1억4000만원가량 더 싸게 구입하는 결과를 얻은 것이다. 어떤 물건을 고르고(where),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적정 자금계획을 어떻게 세우느냐(how)에 따라 상반된 결과를 낸 셈이다.

강 대표는 투자 물건을 되팔아 이익을 실현할 때는 '1W+1T' 원칙을 지켜야 한다고 설명했다. 타이밍(when)과 세금(tax)을 고려해야 한다는 뜻이다. 강 대표는 "오랫동안 투자 현장을 지켜보니 결국 자잘한 변수에 휩쓸리지 않고 이 같은 투자 원칙을 고수해야 낭패를 보지 않더라"고 조언했다.

◆12년째 경매 한우물

'한국에서 불황에 경매로 돈버는 100가지 방법','경매야 놀자','실전 투자자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동산 경매'….강 대표는 국내에서 경매 관련 재테크 서적을 가장 많이 낸 전문가로 꼽힌다. 단골 강사로도 인기가 높다. 중앙대를 비롯해 아주대,동국대,한국금융연수원,국민은행,미래에셋증권,한국감정원 등 대학 금융사 기업에서 그를 자주 찾는다.

중앙대 정치외교학과(83학번)를 졸업하고 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근무하던 평범한 샐러리맨이었던 그가 경매시장에 입문한 계기는 외환위기였다. 구조조정의 물살에 회사를 그만두고 상당수 실직자들이 그랬듯,공인중개사 시험에 매달렸다. 강 대표는 "지인의 권유로 처음 공부할 때만 해도 부동산에 문외한이어서 관심도 없었고,솔직히 부정적인 인식이 많아 내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딴 뒤 그는 당시만 해도 일반인들이 잘 접근하지 않던 경매 분야에 뛰어들었다.

강 대표는 "왠지 단순한 중개업무는 성에 차지 않았다"며 "기왕 발을 디뎌놓는 김에 남들이 안하는 분야를 개척하자는 결심을 했는데 벌써 12년째 몸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1999년 경매법인인 유승컨설팅에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그는 그해 경매 관련 서적을 수도 없이 읽으면서 내실을 다졌다. 이후 실무 경험을 쌓은 그는 2002년 법무법인에 들어가 경매 업무를 총괄하다 지난 3월 EH경매연구소를 차렸다. 경매와 부동산 시장에 대한 이론적 체계를 갖추기 위해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부동산학 박사 과정을 수료하기도 했다.

◆120개월 통계 축적…"친인척보다 고객 우선"

경매 전문가로서 그는 '신뢰'와 '실력'을 우선 가치로 둔다. 무엇보다 큰 자산으로 12년간 축적한 통계에 바탕을 둔 분석력을 꼽았다. 강 대표는 "12년의 사이클을 분석하면 웬만한 단기 전망은 머릿속에 그려진다"며 "갑작스러운 정책 변수가 없는 한 예상이 빗나간 적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토지 경매 시장이 유망할 것으로 내다봤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등의 여파로 요지의 좋은 땅들이 경매 시장에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강 대표는 "토지 투자자들은 아파트 투자자들보다 자산가들이 많아 그동안 경기 위축에도 상대적으로 오래 버텼으나,작년부터 토지 경매 물건이 늘기 시작했다"며 "중장기 투자로 우량 물건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거래 시장이 침체돼 단타 전략으로 경매 투자에 나섰다가는 어려울 수 있다"며 "지금 상황에서는 최소 6개월 이상 보유한다는 전략을 세우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좋은 물건이 나오면 고객에게 먼저 알선해 준다는 것도 그의 지론이다. 흔히 제일 좋은 물건은 자기가 잡고 그 다음에 형제,친인척,친구를 거쳐 고객에게 나머지 물건을 소개하는 분위기가 마뜩지 않았던 탓이다.

강 대표는 "좋은 물건부터 고객에게 소개하지 않으면,의뢰를 받을 때부터 낙찰이 성사되고 난 뒤에도 찜찜할 수밖에 없다"며 "처음 경매를 시작할 때부터 고객 우선주의 원칙을 세운 것이 경매 전문가로서 장수한 비결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선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