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저축은행그룹 등 저축은행 수사가 정 · 관계 로비 수사로 확대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김상환 부장판사는 19일 김양 부산저축은행그룹 부회장(58 · 구속)의 측근인 건설사 임원 출신 윤모씨(55)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보해저축은행에서 140억원대 불법대출을 받은 이용호 씨(53)를 불러 로비 여부를 캐고 있다. 또 정창수 전 국토해양부 차관 등 정 · 관계 유력 인사 일부가 영업정지 전 인출한 정황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명절마다 거액 인출…선물 뿌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윤씨를 그룹의 불법행위 실무를 담당한 '키맨'으로 보고 윤씨가 정 · 관계에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명절마다 차명계좌에서 거액의 돈을 인출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은행 직원 조모씨의 처남,처제 등의 명의로 마련된 차명계좌에서 2007년 추석을 앞두고 7차례에 걸쳐 8300만원이 인출됐다는 것이다. 부산저축은행은 정 · 관계 인사를 특A급 · A급 · B급 · C급 등 네 단계로 나누어 와인,굴비,홍삼,상품권 등 명절 선물을 뿌린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지검 특수부도 지난 18일부터 '이용호 게이트'의 장본인인 이씨를 불러 2010년 140억원의 불법대출을 받은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임상규 전 농림부 장관 사전 인출

검찰은 참여정부에서 농림부 장관을 지낸 임상규 순천대 총장이 지난 1월 말 만기가 9개월 남은 정기예금 5000만원을 인출한 사실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장관은 구속된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과 사돈지간이다.

검찰은 또 지난 16일 사의를 표명한 정 전 차관이 부산저축은행그룹 계열사에 예치한 본인 및 가족 명의 예금 약 2억원을 영업정지 전 인출해간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 전 차관은 본인 명의로 3300만원,부인 명의 각 4500만원과 4400만원,자식 명의 각 4500만원과 4000여만원의 예금을 지난 2월 인출했다. 이 중 2건은 2월1일 만기(1년 정기예금)였지만 나머지 3건의 만기일은 다음해 2월이었다.

정 전 차관은 "중도 해지한 예금들의 경우 1년이 지나면 이자 손해가 적기 때문에 인출했다"고 해명했다. 대검 관계자는 "인출 경위를 확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국회의원들이 영업정지된 저축은행 측으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대가성 여부도 주목된다.

한나라당 K의원은 신삼길 삼화저축은행 명예회장으로부터 2009년 9월 후원금 500만원을,민주당 L의원은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회사 설립에 관여한 S캐피탈 대표 김모씨에게 2008년 3월 5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