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팡다와 1억1천만유로 합작ㆍ지분인수 양해각서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며 자금난에 처한 스웨덴 자동차 업체 사브가 중국 화타이(華泰)그룹과의 합작이 불발된 뒤 또다른 중국 업체와 투자 및 합작 양해각서를 체결, 도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받고 있다.

사브의 최대 주주인 네덜란드의 자동차 업체 스피케르(SPYKER.AS)는 16일 중국의 자동차 판매업체 팡다(PAT)에 현재 중국 내에서 판매 대기 중인 사브 자동차들을 3천만유로에 넘기기로 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네덜란드 공영 RNW 방송 등에 따르면, 팡다는 또 30일 내에 1천500만유로를 추가 투입해 사브의 대중국 선적 물량을 더 매입키로 했다.

팡다는 스피케르 지분의 24%를 6천500만유로(주당 4.19유로)에 인수하고 스피케르 이사회의 이사 1명을 지명할 권리를 받기로 했다.

양 측은 아울러 사브의 중국 내 판매 및 생산 합작기업을 50대 50의 지분으로 설립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양 사의 이번 양해각서는 중국 당국 뿐아니라 유럽투자은행(EIB), 스웨덴 당국, GM 등의 승인이 필요한 사항이다.

스피케르는 지난 3일 중국의 자동차 제조업체 화타이(華泰)자동차그룹과 사브 제조 및 판매의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스피케르 지분 29.9%를 1억 5000만 유로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으나 중국 당국의 불허로 무산됐다.

팡다는 제조업체가 아닌 판매업체여서 이번 계약 내용 가운데 중국 내 판매를 위한 승용차 인수 부문의 경우 중국 당국의 승인이 필요 없으나 다른 사항들은 승인이 필요하다.

스피케르 주식은 이날 암스테르담 증시 개장 때 보합세로 출발했으나 팡다와의 양해각서 체결 소식이 알려진 이후 주당 4.07유로로 14.6%나 뛰었다.

사브는 1937년 스웨덴에서 항공기 업체를 모태로 설립됐으나 2000년 미국 제너럴 모터스(GM)에 100% 인수됐다가 지난해 1월 네덜란드의 스피케르로 다시 넘어갔다.

소규모 자동차 제조업체인 스피케르는 그러나 자금난으로 하청업체에 부품 대금을 제때 지급하지 못했으며, 부품 조달 장애 및 운영비 부족 등으로 사브의 스웨덴 트롤하텐 공장은 6주 전부터 조업이 중단된 상태다.

사브의 올해 1·4분기 손실액은 7천900만 유로에 달하며 유동성 위기는 계속 심화돼 온 가운데 각국 업체들과의 합작을 모색해왔다.

스피케르의 빅토르 뮐러 최고경영자는, "팡다와의 합작으로 자금을 수혈받아 밀린 부품업체 납품 대금 등을 지불하고 조만간 생산을 재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스피케르 사에 따르면 팡다는 중국의 최대의 상장 자동차 판매법인으로 전국에 딜러가 1천100여 개에 이른다.

팡다는 이미 도요타, 혼다, 스바루 등 일본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중국 내 판매도 대행하고 있다.

국영 기계업체 출신인 팡다의 창업주 팡칭화는 미국의 경제 주간지 포브스가 선정한 중국 부자 순위 100위에 올라 있다.

(브뤼셀연합뉴스) 최병국 특파원 choib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