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빙의 순위권 싸움이 계속되는 2011프로야구에서 '신구 해결사 전쟁'도 이에 못지않게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

주인공은 지난해 타격 7관왕에 오른 '거포' 이대호(29·롯데)와 호랑이 군단의 새 '해결사' 이범호(30·KIA)다.

2006년과 지난해 두 차례나 타격 트리플크라운(홈런, 타점, 타율)을 달성한 이대호가 지명도나 무게감에서 훨씬 앞서는 게 사실이지만 올해 활약만 놓고 본다면 이범호도 전혀 밀리지 않는 형국이다.

15일 사직구장에서 펼쳐진 양팀 간의 경기는 두 해결사의 참모습이 그대로 드러난 한 판이었다.

이날 롯데는 선발 투수 고원준의 호투에 힘입어 후반까지 KIA에 리드했다.

7이닝 무실점 호투를 마치고 고원준이 마운드를 내려갈 때까지 2-0으로 앞섰다.

그런데 KIA의 패색이 짙어갈 무렵 분위기를 단번에 뒤엎는 한 방이 터져 나왔다.

이범호가 8회 2사에서 바뀐 투수 브라이언 코리로부터 좌월 솔로 홈런(7호)을 뽑았다.

그러자 잠잠하던 KIA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이어 김상현과 김주형도 연속으로 아치를 그리면서 3타자 연속 홈런을 앞세워 3-2로 경기를 뒤집었다.

KIA 벤치는 경기가 끝난 듯 좋아했지만 공수교대 후 곧바로 찬물을 뒤집어쓰고 말았다.

이대호가 1사 뒤 극적인 동점 솔로 홈런(8호)을 뽑아내면서 KIA의 공격에 제대로 응수했기 때문이다.

롯데는 이대호 덕분에 경기를 연장 승부로 끌고 간 뒤 10회말 조성환의 끝내기 안타로 결국 역전승을 일궈냈다.

두 선수는 13~14일 맞대결에서도 클러치히터로서 노릇을 톡톡히 해냈다.

이범호는 13일 2타점, 14일 1타점, 15일 1타점 등 이번 3연전에서 4타점을 작성했다.

앞선 두산과의 두 경기에서도 연속으로 결승타를 작성하면서 4타점을 올리는 등 최근 5경기 연속 타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주 8개 구단 타자 가운데 가장 높은 타율 0.467(15타수 7안타 1홈런 8타점)을 때리면서 시즌 타율 0.320을 기록한 이범호는 특히 타점 부문에서는 38개로 1위를 달리고 있다.

경기당 1.09개의 타점을 생산하는 이범호는 지금 추세라면 144.4개의 타점을 작성할 수 있다.

자신의 시즌 최다 타점인 79개(2009년)를 넘어 역대 한 시즌 최다인 2003년 이승엽(당시 삼성)의 144개에 필적할 기세다.

이대호는 14일 화끈한 그랜드슬램을 터트려 거포 본색을 유감없이 과시했다.

이날 4-2로 앞선 4회 만루홈런을 날려 대승을 이끌었다.

지난주 홈런 2개를 날리면서 5타점을 쓸어 담은 이대호는 개인 타이틀 경쟁에서도 본격적으로 가세했다.

홈런 부문에서는 최형우(삼성), 최진행(한화, 이상 9개)에 이어 공동 3위까지 치고 올라갔다.

타점도 초반 주춤했던 페이스를 끌어올려 27개로 공동 4위에 올랐다.

특히 출루율(0.467) 1위에 장타율(0.587) 2위를 달리는 이대호는 둘을 합쳐 팀 공헌도를 따지는 OPS에서는 무려 1.054로 압도적인 1위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두 선수가 펼쳐갈 '신구 해결사' 경쟁에 야구팬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